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해촉 건의를 재가, 정 위원장이 임기 만료를 11개월 앞두고 해임됐다.

정 위원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꼭 1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나를 구차스러운 방식으로 KBS에서 해임했다”고 되짚고는 “역사는 다시 뒤집어져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를 해임했다”고 개탄했다.

앞서 지난 10일 방통위는 방심위를 대상으로 한 달간 벌인 국고보조금 집행내역 회계감사에서 정 위원장이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업무추진비 규정을 어겼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정연주(오른쪽)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별동 감사팀(감사원 4명, 검찰 수사관 2명, 경찰 2명, 방통위 3명)이 급조되어 한 달 넘게 집중 감사를 한 뒤 내놓은 결과물은 어느 기자의 독백처럼 ‘태산명동 서일필’, 허술하고 누추했다”고 지적하고는 “15년 전처럼 ‘기록’과 ‘법적 대응’으로, 무도한 윤석열 대통령 집단과 다시 싸워야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으로 2003년 KBS 사장에 취임한 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배임 혐의로 기소돼 해임됐다. 그는 소송 끝에 2012년 무죄 판결을 받았고, 해임 무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정연주 위원장은 “1975년 3월, 자유언론을 위해 싸우다 동지들과 함께 동아일보에서 해직되었다”고 떠올리며 “그때 우리들을 집단 해고한 권력의 핵심 박정희 대통령은 그 뒤 저격당해 세상을 떠났”고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나를 KBS에서 해임했고, 그는 결국 감옥에 갔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2023년 8월,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해임했다. 그의 운명은 이미 보인다”며 “3년 8개월짜리 대통령이 진시황 노릇하는 그 결말은 21세기 문명 세계에서 너무 자명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을이면 만 77살이 된다. 살 만큼 살았고,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며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한 뼘이라도 더 퍼지기를 기원하며 미력하나마 애써왔다. 불의한 권력과 맞서는 싸움도 외면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