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23일 “가치외교 차원에서는 베트남 공산당과 마주 앉아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얘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 교수는 이날 인터넷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최대의 기업인단을 꾸려서 가면 안된다, 이것은 실용·협력외교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변화하는 미중 관계를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의 외교 정책의 “스텝이 많이 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주장했던 가치외교를 거둬들여야 한다”며 “결국 실용외교, 협력외교가 중요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프랑스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하노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과의 만남’ 환영사에서 “어느 국가보다 베트남과 끈끈한 연결고리를 가진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여러분이 앞장서 도전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8~19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을 만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을 만난 블링컨 장관을 칭찬하며 “우린 여기서 옳은 길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문제로 시끄러웠다. 중국 관영언론들이 14일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을 전하던 중 동아일보는 이날 윤 대통령이 싱하이밍 대사에 대해 “(조선) 국정을 농단한 (청나라)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13일 비공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직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종건 교수는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넘버 1, 2, 3를 다 만나기 직전의 시점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중국대사를 때린 격이 된다”며 “폼이 안난다”고 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1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중요한 발언을 했다며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 무역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 7,0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고 최 교수는 전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경고처럼 대중 투자가 중단되면 모두에게 재앙이 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미국 경영인들이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들어서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고 최 교수는 전했다. 

최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옳은 길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언제든지 태세전환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유럽이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처음으로 치고 나갔고 미국이 이번에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4월)북경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국 때문에 이렇게 빨려 들어갈 수 없다, 독자성을 가져야 된다’고 했다”며 “유럽도 경제적‧실리적 문제에서 중국이라는 함수를 빼놓고 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 “미국과 중국은 5개월 정도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것 같다”며 “공백이었던 주미중국대사가 5개월 전에 부임했다”고 짚었다. 

이어 “CIA 국장이 북경에 들어갔다”며 “미국 대통령의 의도가 전달됐고 블링컨 장관이 이번에 가서 ‘이제 해빙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카운터 파트를 만났다. 

최 교수는 “시진핑은 세 번째 연임을 시작했고 바이든도 인생의 마지막 연임을 준비하고 있다”며 “두 사람이 큰 용기를 내어 지속적 관계를 트는 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중관계는 언론처럼 이런 저런 발언, 에피소드로 언급하기 보다 구조와 방향, 데이터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국제사회 흐름을 언급하며 최 교수는 “결국 실력이 운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도 중국 앞에서 ‘싫은 소리하라’ 한 적 없다”며 “지금 (대통령실에) 계신 분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했고 한중관계가 돌아갔는지 업데이트가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중국을 이만큼 때리면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아내야 하는데 보조금 문제를 보라”며 “안보실이 왜 그러냐, 정부가 왜 그러냐, 결국 그들의 실력인 것”이라고 했다. 

또 ‘외교에서 한국만 외롭다’며 “‘너희들 왜 중국과 이래’라는 국제적 여론과 ‘왜 핵무장 하려 그래’라며 대한민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걱정하는 국제사회를 다시 맞닥트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