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한겨레21 홈페이지 캡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두’ 관련 기사를 쓴 한겨레21 김규원 선임기자가 6일 “기자로서 기자들이 검사 따라지가 된 현실이 비참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는 이날 SNS에 “검사-기자가 공모한 ‘피의 사실 공표’라는 범죄”란 제목의 글과 자신의 기사를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 기자는 5일자 <‘돈봉투 의혹’ 송영길, 검사-기자의 피의사실 공표 정면 비판> 기사에서 “송 전 대표가 가장 심각하게 문제 삼은 수사 방식은 검찰과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였다”고 전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지난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주변 인물의 신상 정보가 언론에 유출되고 수사상 획득한 정보가 언론에 실시간 보도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라 할지라도 출국 (금지) 정보가 언론에 공개되면 안 되는데, 참고인·일반인의 출국 (금지) 정보까지 언론에 유출된다”며 “이것은 검찰이나 법무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관련해 이번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지난달 28일 정철승 변호사를 통해 서울 서초경찰서에 반부패수사2부 검사들을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JTBC 기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규원 기자는 핵심적인 검찰개혁 과제 중 하나로 “검사와 기자가 공모해서 벌이는 ‘피의 사실 공표’”를 꼽으며 이는 “형법 126조에 명시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고발해야 할 기자와 이를 수사, 기소해야 할 검사가 불법 행위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제껏 단 한 건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휘말린 송영길 전 대표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피의 사실 공표는 피의자의 명예와 방어권 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공정한 기소와 재판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검사와 기자의 유착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그런데 검사는 자신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판결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기자는 단독 기사를 쓰려고 이런 불법 행위를 수십년 동안 저질러왔다”며 “그러나, 개인의 인권은 시민의 알 권리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그렇게 쉽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 불법 관행을 끊어야 한다”며 “그래야 검사가 인권 보호 기관이 될 수 있고, 기자가 진실과 사회 정의를 밝힐 수 있으며, 시민들이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의혹을 받는 송영길이 이런 말을 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짚은 뒤 “그런데 그들이 송영길을 범죄자로 미리 단정하는 일 자체가 피의 사실 공표라는 범죄 행위에 오염됐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김 기자는 “피의 사실을 공표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피의자들이 무죄이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무최일 수도 있고, 유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심지어 유죄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유죄의 결과로 받아야 하는 처벌 외에 지나친 사회적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기자는 “무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죄가 없는 사람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 마음이 어떻겠는가”라며 “주권자인 시민들이 검사와 기자가 공모한 범죄에 동조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