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2일 “미국의 주요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이 총 59억 달러(7조9000억원)의 대한(對韓)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양국 기업·기관 간 50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넷플릭스가 우리에게 투자한 게 25억 달러, 미국 6개사 19억 달러, 코닝사 발표 15억 달러까지 하면 총 59억 달러의 투자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동행한 120여 명의 경제인들과 미 측의 글로벌 기업인들이 함께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첨단산업의 전 분야에 걸친 양국 기업의 공급망 협력에 대한 열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한미 NSC 간에 신설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는 한미 기술동맹의 추진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1년-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삼고 있는 (한미)동맹 관계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59억 달러 투자 유치를 포함한 경제협력도 많이 강화됐고, 첨단기술을 선도해 나가는 미국과 이제는 대등한 관계에서 경제와 과학기술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다. 

이같이 ‘59억 달러 투자 유치’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은 19억 달러뿐”이라고 반박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에게 투자하겠다고 한 상당 부분은 이미 그 전에 약속이 되었거나 MOU를 체결했던 기업 또는 실질적으로는 국내의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기업이 많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 부대표는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원전”이라며 “원전에 관련돼서 협력을 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원전 수출의 족쇄를 채우는 것이 아닌가, 이런 보도도 많이 있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약 133조 5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한국은 지난 2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고, 이는 미국 전역에 걸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가 취임한 이후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혁신을 주도하고 미국인과 한국 근로자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동 경제평론가는 넷플릭스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투자에 대해 1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평상시에 투자하던 것(8000억원) 곱하기 4이다”라고 했다. 

이어 “새로운 투자였으면 증시가 반응했을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고 오히려 부정적 리포트가 나왔다”며 “투자가 상승세였는데 오히려 8000억의 캡이 씌워진 것이라서 마이너스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코닝이 15억불(약 2조원) 투자인데 원래 삼성과 같이 하던 회사로 삼성코닝이다”라며 “지금은 코닝의 2대 주주가 삼성”이라고 설명했다. 

박시동씨는 “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1대 주주이다. 한국에 있는 코닝에서 새로운 공장 증설이나 제대로 된 투자계획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뒷배로 삼성이 의구심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미국 6개사 19억불(약 2조5000억원) 투자에 대해선 박시동씨는 “부천에 투자한 온세미그룹, 용인에 투자한 에어프로덕츠그룹이 있다”며 “이미 발표된 내용에 넷플릭스처럼 짜깁기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실제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기업인 미국 온세미(onsemi)는 2025년까지 경기도 부천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실리콘카바이드(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지난해 7월 밝힌 바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7월 7일 조용익 부천시장, 왕 웨이 청(Wei-Chung Wang) 온세미 최고운영책임자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제조시설 착공식까지 했다. 

산업용 가스업체인 에어프로덕츠는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해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산업 기반인 산업용 가스시설을 설립한다고 2021년 4월 발표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백군기 용인시장, 김교영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사장은 2021년 4월 27일 경기도청에서 투자협약서에 공동 서명했다.

미국 수소전문기업 플러그파워는 2021년 1월 7일 SK㈜와 SK E&S가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했다. 지난해 1월 SK E&S는 플러그파워와 합작회사 SK플러그 하이버스를 설립해 아시아 시장 내 수소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시동씨는 “플러그파워는 SK가 이미 지분을 사서 최대 주주가 됐는데 플러그파워가 투자했다는 건 SK가 미국을 걸고 다시 한국으로 백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59억 달러는 재탕, 삼탕에 우리가 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인 회사들의 역투자에 불과하다”며 “오죽하면 시장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상인 교수는 “성과가 없다 보니 무리한 짜깁기식 발표를 한 것”이라며 "이걸 성과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알맹이가 없는 정상회담이 아니었는가”라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의 경우는 윤 대통령이 방미해 처음 만나서 투자 유치를 발표해 오히려 이용당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박 교수는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수익을 많이 올리고 있지만 법인세를 거의 안내고 있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일종의 워싱을 시켜주는, 오히려 좋은 일을 해준 이벤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이 ‘내가 집권한 이후로 한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면서 이와 비교해 “(한국 투자 유치가)60억 달러가 다 맞다고 해도 6%에 해당한다”며 규모를 비교하기도 했다. 

▲ 지난해 7월 7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운데), 조용익 부천시장(왼쪽), 왕 웨이 청(Wei-Chung Wang) 온세미 최고운영책임자가 부천시 평천로에 위치한 온세미코리아 본사에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뉴시스>     ▲ 2021년 4월 27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백군기 용인시장, 김교영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사장은 경기도청 신관 상황실에서 경기도-용인시-에어프로덕츠 투자협약식에 공동으로 서명했다. <사진=경기도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