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100년 전 발언’ 논란과 관련 26일 “예전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아주 안좋은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이날 인터넷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오역을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오후 “주어를 생략한 문장”이라며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가지고, 민주당은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WP 기자가 25일 윤 대통령의 발언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오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국제 망신, 거짓말도 들통나 버렸다”고 맹비난했고 유상범 국민의힘 대변인은 ‘주어 빠진 오역’ 주장을 철회했다. 유 대변인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했다”며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논평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준희 교수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비해서 더 황당한 짓을 해 버렸다”며 ‘바이든-날리면’ 사건 당시 대응을 소환했다. 

정 교수는 “탈진실이라고 부르는 건데, 권력을 가진 쪽이 말을 조작하면 객관적으로 무슨 말이 나갔어도 사후적으로 컨트롤 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핵심은 힘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허위보도라며 소송으로 대응했던 일을 짚었다. 반면 “외신은 이해관계가 별로 없기에 자기 자존심으로 당연히 밀고 나가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며 이번 WP의 미셸 리(한국명: 이예희) 기자의 대응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이례적으로 원녹취까지 공개했다”며 “이예희라는 한국 이름을 가졌고 일본과 한국을 커버하고 있는데 한국어 구사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민주라는 분이 도와줬다는 내용도 기사 안에 나온다”며 “기자가 기본적으로 녹취를 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짐작할 수 없다”고 했다. 

WP 기사에는 윤 대통령의 인상에 대한 평가 부분도 나온다. 정준희 교수는 “개인적으로 있었을 때 놀라울 정도로 말이 정제가 안돼 있다든가 공공장소에서도 좀 좋게 표현하면 꾸미지 않는다는 표현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WP는 공공장소에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지난해 ‘핫 마이크 사고(hot-mic·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발언해 발생한 사고)’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WP는 윤 대통령의 집무실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명패가 놓여 있다고 전했다. 해리 트루먼 전 미 대통령의 책상에 놓여 있던 명패와 동일한 것으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정 교수는 “‘The Buck Stops Here’라는 표현이 그대로 굉장히 강하게 나오고 종료하는 문장도 역시 그것으로 끝난다”며 “굉장히 중요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트루먼 대통령의 ‘책임은 모든 게 나에게 있다’라는 표현은 세계 전쟁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했던 말”이라며 “100년 넘은 지금 시점에 한국에 가져오는 건 과잉이며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란 뜻”이라고 의도를 짚었다. 

▲ <이미지 출처=미국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한편 언론노조는 25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여론 조작과 언론 핑계로 본인들의 실정을 덮으려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다가 외신 기자를 만나 국민 생각과 동떨어진 망언을 뱉어낸 대통령, 그리고 그것을 거짓으로 감싸려고 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조작극은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인 언론관, 소통관을 그대로 보여 준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 여론 조작극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국격과 국익 실추를 불러온다”며 “한 번은 실수로 기억되지만 반복되면 국민들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