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꽃다발을 선물한 화동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의 ‘주어 빠진 오역’ 주장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원문을 공개하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어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NS에 “#유승민 #주어가없다? #윤석열 #워싱턴포스트 #진실게임”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보도된 WP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전쟁 중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설득에 있어서는 저는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상범 국민의힘 대변인은 24일 오후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이라며 “민주당은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고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WP 기자가 25일 윤 대통령의 한국어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이미지 출처=워싱턴포스트(WP) 미셸 리(이예희) 기자 트위터 캡처>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WP 기자가 공개한 내용을 공유하며 “#주어가없다? #진실게임”이라고 적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일본의 사과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국민을 속인 것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선출된 권력이라도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 대해 면죄부를 줄 권리까지 국민들이 위임하지는 않았다”며 “일본은 지금도 강제징용을 부정하고 위안부도 부정하고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9월 11일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라고 믿고 싶은 것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의 원래 뜻은 ‘100년 전 일로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주어가 ‘일본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원문에 분명히 ‘I’라고 되어 있다”며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가 다시 한번 오디오로 교차 확인까지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은 일본인가”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제2의 바이든 날리면 사태인가”라며 “바이든-날리면으로 국민 청력 테스트 하더니 이제 ‘주어없다’로 국민 독해테스트중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런 몰상식한 매국적 역사인식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주어가 빠졌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