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선 정치전문기자는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불법 도청 관련 대통령실 태도에 대해 “미국 정부인지 우리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 기자는 10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미국이) 미국과 가까운 친구나 동맹국 정상들의 통신내용을 감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 또 한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 정부는 최소한 ‘NYT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조금 있으면 미국도 가야 되고, 다만 저간의 사정이 있으니 이러저러한 것들을 살펴서 진위를 파악하겠다’”라는 반응이 보수진보 상관없이 안보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응 모범답안이라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장 기자는 “그런데 오늘 대통령실 관계자가 오후에 기자들 상대로 브리핑을 하면서 ‘현재 미국 언론 보도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서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에 우선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한미동맹의 어떤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먼저 이렇게 해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 나온 것은 상당히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미안한 일이고 송구스러운 일이고 동맹을 도감청한 의혹이 제기가 됐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지렛대로 활용해야 된다. 그런데 그걸 지금 못하고 있다. ‘왜 이러는 거냐’, ‘아마추어 외교 이런 정도 사대주의 외교하는 거냐’ 이런 비판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고 취재 내용을 전했다.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에게 “보수 쪽은 어떠냐”고 묻자 그는 “기본적으로 도청이 사실이라면 이건 주권침해 행위고 스파이 활동한 거 아니냐”며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미국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우방국이라고 하더라도 한미군사동맹을 통해서 북한의 핵위협을 막아야 된다라는 생존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이 부분만큼은 주권과 관련된 행위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면서 “처음에 대통령실의 해명이나 워딩이 조금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만약 김성한 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하고 둘이 나눈 얘기만 나갔으면 괜찮은데 정말 대통령실이 다 뚫려서 대통령께서 한 여러 가지 얘기들, 결정들, 은밀하게 비서실장과 했던 얘기들, 이런 게 다 나갔다고 생각해 보라. 이건 거의 무방비 상태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 하나 문제는 만약 이렇게 도청에 무방비 상태였다면 결국 미국 CIA에게만 뚫렸겠느냐. 러시아 중국 북한 일본 이런 스파이들이 와가지고 다 뚫었으면 어떡하냐”라면서 “그러니까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 ‘청와대 때보다 용산이 훨씬 방화벽이 더 잘 돼 있어’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보다는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야당의 지적도 귀담아들을 건 들으라”고 전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11일 공식 입장을 내고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한국 등 동맹국들의 동향을 도·감청한 논란에 대해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국가안보적 파장을 조사하고 있다"라며 "고위급 차원에서 관련 동맹국과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관련해 같은 날 노컷뉴스 동맹국 도청 정황이 드러난 기밀 문건이 온라인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백악관이 “이들 문서가 유출된 기밀문서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노컷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번 유출된 문서가 진본임을 전제로 (기자들과)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들”을 전하며, 커비 조정관이 이번 문서가 일부 변경됐다며 그러나 문서가 변경된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했다.

이날 한 기자가 ‘만약 그 문서들이 완전히 가짜라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따라서 그들 문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커비 조정관이 “그들 문서가 가짜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절충됐다(compromised)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노컷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