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 인사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새해 건배 제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안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참여연대는 3일 “의석수 나눠먹기로 양당독식을 강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이날 논평에서 “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에서 제안될 때마다 거대양당의 지역구 의석수 나눠 먹기로 기득권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어 학계와 시민사회가 반대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총선(2024년 4월 10일) 1년 전인 오는 3월까지 선거제도를 확정한다는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했다. 

김진표 의장은 2일 시무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한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 회부해서 3월 중순까지는 내년 시행할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두 가지 지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참여연대는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에서 사표가 줄어든다 할지라도,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간 불비례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거대정당이 복수공천을 할 경우 의석수 나눠 먹기로 소수정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정 정당이 호남, 영남 등 자기 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지역구에 당선인 수만큼 복수공천을 한다면 지역주의 완화는 커녕 지역독점성이 더 강화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구당이 부재하고 지역정당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거구만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월 24일 헌법재판소가 정당설립요건 규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국회 정개특위도 정당법 개정 논의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중대선거구제의 수혜 대상은 기존 거대정당들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득표율과 의석수 간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국회 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비례대표 의석의 대폭 확대 및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민주적 비례대표 선출 절차의 부활 등 비례대표제 개선을 통한 대표성 확대에 논의를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논의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유권자에게 따져볼 시간도 주지 않고 국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가)정치개혁 범국민 논의기구’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