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춤꾼’으로 불리는 한국무용계 큰 어른이자 문화운동가인 무형문화재 이애주 선생이 지난 10일 타계했다. 향년 74세. <사진제공=뉴시스>

흙 묻은 춤은 처음이었다. 
신촌 노천극장 흙바닥 무대. 
죽은 자를 살리는 춤. 
산 자를 일어서게 하는 춤. 

죽음의 시대를 부활이라고 부르짖으면서 
그는 가장 밑바닥에서 
대지를 깨워 몸짓으로 삼았다.  

숨어 울던 울음을 
춤사위로 바꿔내고
솟구치는 분노를 연희의 관절로 빚어내
가장 이름 없는 민중의 삶을 절로 추는 춤이라고 했다.  

세상은 한 판 춤. 
배고픈 신세, 억울한 사람들 슬픔을 제 운명으로 춤을 추던 
저 대지의 춤꾼이
한 판 춤을 끝내고 돌아간다. 
맨발로 간다. 

우지 마라, 울지를 마라. 
울어야 우는 춤을 추지. 
싸워야 싸우는 춤을 추지. 

한 번 더 땅을 박차
오월로 뛰어올라 
아카시 향 퍼지는 허공을 영토 삼아 
춤을 춘다. 
저승까지 몸짓을 뻗어 
춤을 춘다. 

우지 마라, 울지를 마라. 
오늘 바람 불어 
저 대지가 관절마다 
이애주를 따라 춘다.

서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