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 전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당시 외압을 폭로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구속시키고 문재인 정부 출범해 서울중앙지검과 검찰총장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 등 여권에 대한 수사로 인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정치를 하기 위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사퇴 등 행보에 대해 법조계에선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8일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를 전화로 연결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필성 변호사 <사진=이영광 기자>

“‘윤석열 개혁=검찰개혁’인 것처럼 되면서 반문재인 상징이 됐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표를 냈어요. 임기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물러났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제게는 의외였습니다. 지금까지 윤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기 때문에 임기를 4개월 남겨둔 지금 사표를 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사표를 낸다면 이전에도 낼 만한 기회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사표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은 사표를 내기에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아마도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한두 달 더 지나면 차기 총장 인선이 시작되면서 총장의 업무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 같습니다. 언론 보도 등을 보면 정치를 할 가능성도 높은데, 정치하려면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 것 같기도 합니다.”

- 정치적 고려를 했다면 타이밍은 어떻게 보세요? 일부에서는 그만둘 거면 작년 연말 징계 때 그만뒀어야 한다던데.

“제가 사퇴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기에 예상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지금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사표를 내기에 타이밍이 좋지 않습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차라리 지지율이 높았을 때 사표를 내고 나와서 정치판에서 자리 잡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보궐선거 후보들이 사실상 확정되어 윤석열 전 총장이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도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윤 전 총장이 나온 후 자기 역할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카드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간 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정권에 맞선단 이미지였는데 야권으로 가면 그 이미지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윤 전 총장은 사실 정치적으로 다소 애매한 이미지입니다. 지금까지 현 정권과 격렬히 대립했지만, 원래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씨를 처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현 정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 검찰총장이 된 인물입니다. 그래서 야권에서 전폭적으로 환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현 정권과 맞서는 검찰총장의 이미지로 야권의 지지를 받았지만,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 다시금 야권 지지자들이 윤 전 총장의 지난 행보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윤 전 총장은 이런 부분들을 극복해야 합니다.”

- 윤 총장이 처음부터 자기는 사람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죠. 여기서 조직은 검찰이죠. 그럼 임명이 잘못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총장 임명 당시에도 윤 전 총장을 아는 사람 중 상당수는 윤 전 총장이 총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특수수사 전문가라는 사실과 총장으로서 리더십이나 조직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은 보기에 따라서는 위험한 말일 수 있었고, 실제로 위험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윤 전 총장에 대한 인사 판단이 잘못되었던 거죠.”

-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검찰총장이 사퇴하며 할 만한 발언이 아닙니다. 저는 정치적 행보를 예고하는 발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그동안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을 공격할만한 지점을 골라서 무리하게 수사한 반면, 정작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될 비리 문제들, 특히 자신과 그 측근에 대한 의혹들은 무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지키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는지 의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 그래도 검사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했잖아요?

“맞습니다. 검찰총장이 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정치적인 고려나 야심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검찰총장이 된 이후 행보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전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 그럼 왜 이렇게 됐을까요?

“윤 총장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전까지 윤 총장의 행보는 박근혜 국정농단, 국정원 댓글 공작 등 현 야권의 정치적 범죄 행위들을 주로 수사해왔기 때문에, 모두가 현 정권과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현 정권과 대립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만약 정치하게 된다면 민주당으로 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겁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검찰총장이 될 무렵까지 윤 전 총장은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검사로 가장 높은 직위인 검찰총장을 잘 마무리 짓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조국 전 장관을 공격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는데, 이유가 무엇이든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리한 수사를 하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조국 전 장관에게 중대한 권력형 범죄혐의가 나온 것이 없자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게 아닌가 합니다.”

- 윤 전 총장을 대권 후보로 키운 건 추미애 전 장관과 민주당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일리 있는 말입니다. 검찰개혁의 방향이 작년 여름 정도부터 약간 어긋나서 이상한 쪽으로 흘렸어요. 검찰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이 정권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추진돼온 제도개혁입니다. 윤 전 총장과는 본래 아무 상관 없고, 심지어 이 정권과 연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윤 전 총장 개혁이 곧 검찰개혁인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검찰개혁에 부정적인 사람들, 현 정권에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윤 전 총장이 반 문재인의 상징이 되었어요. 그러다 추미애 장관이 물러나자 검찰개혁이 다시 제도의 문제가 되었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지금과 같이 중요한 인물이 된 것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추미애 전 장관 및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 추 전 장관이 자기 정치를 위해 그렇게 한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죠.

“물론 추측이라는 걸 전제하고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렇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등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여당 지지자들의 큰 불만을 샀는데,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전 총장과 직접 대립하면서 여당 지지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추미애 전 정관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총대를 메고 나서서 윤 전 총장 및 그 추종자들과 싸운 것이 여당 내에서 자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유력 대권 주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소 분리 절대선 아냐…검찰개혁 수단일 뿐”

- 결과론적이지만 만약 조국 전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같았을까요?

“저는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조 전 장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장관이 되었다면 이렇게 안 될 수도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총장 사의 표명 한 시간 만에 수리했잖아요. 문 대통령 스타일로 보면 이례적인데.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그동안 검찰과 민주당 사이의 극렬한 대립이 검찰개혁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이 윤 전 총장과 대립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면서 검찰개혁이 이상한 쪽으로 과열됐거든요. 그러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까지 열렸지만 결국 총장을 해임 못 했잖아요 이런 과정들이 검찰개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어요. 윤 전 총장 징계 이후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갈등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신현수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죠. 이런 인사가 검찰개혁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개혁 방향을 다시 제도개혁으로 바로잡겠다는 의지였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중수청 등과 관련해 지금도 계속 갈등을 유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검찰개혁의 방향을 바로 잡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차기 검찰 총장으로 하마평이 오르는 데 예상하는 인물이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이 대체로 그나마 이제 정권과 가깝고 문재인 정권과 이렇게 대립각을 덜 세울 수도 있는 무난하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긴 합니다만, 윤 전 총장 본인도 그랬던 것처럼 총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에서 고위 검사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어느 검사든 지금의 갈등 상황을 중재하고 차분하게 대화면서 개혁을 진행할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청와대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현재로서는 예상이 어려울 것 같아요.”

-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추미애라인 아닌가요?

“이성윤 지검장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이 그나마 믿을만한 카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총장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조직 장악 등이 중요한데, 이성윤 지검장이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상황이라면 검찰조직에 대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총장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제도 개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청와대도 쉽게 이성윤 지검장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서보학(왼쪽 세번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23일 오전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윤 전 총장의 표면적인 사퇴 이유는 검찰의 수사 기소를 완전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 거 같은데 중수청 설치 어떻게 보세요?

“수사 기소 분리 자체가 새로운 개념인 것도 아니고, 수사 기소 분리를 위해 중수청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검찰을 일차적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일차적 수사권을 모두 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원래 검찰개혁의 기본 방향이었습니다. 그러니 윤 전 총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중수청을 수사 기소의 분리 기준에서 바라볼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어차피 진행될 수사 기소 분리는 별개로,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추가로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한지,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해 두어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국가 수사본부와의 관계입니다. 국가수사본부도 중요한 사건들을 수사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민생범죄, 일반적인 치안 범죄들은 자치경찰 담당입니다. 이렇게 자치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사이에서 사건을 분담하고, 그 둘이 서로 견제, 감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원래 방향이었는데 중수청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국가수사본부와 관계가 애매해졌습니다. 국가수사본부도 중요한 범죄 수사, 중대 범죄 수사청도 중대 범죄를 수사한다면 도대체 이 둘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중수청이 지금 검찰이 가진 6개 중대 범죄를 가져온다는 것인데, 6개 중대 범죄 수사권은 국수본으로 그냥 가면 됩니다. 그렇지만 이 범죄들을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하지 않고 별도로 청을 만들어서 조직을 추가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납득할 만한 이론적인 연구나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둘째, 보완 수사 문제입니다. 검찰로부터 1차 수사권은 완전히 분리해서 경찰에 이관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보완 수사 또는 보충 수사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토해보니 수사가 부실하다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추가로 수사하는 것이 보충적 수사입니다. 이 보충적 수사에서는 검찰이 상당 부분 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 보충적 수사권 자체가 경찰을 견제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요구했는데 경찰이 무시할 수 있다면 검찰이 경찰을 견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수사 기소 분리라는 것은 1차 수사권을 대상으로 하는 겁니다. 수사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보충적 수사권은 검찰이 상당 부분 재량을 가지고 수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수청은 검찰에게 남은 수사권 전부를 가져온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보충적 수사권 문제는 어떻게 할지 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 지금 민주당 하는 걸 보면 수사권 기소권 분리가 절대 선인 거처럼 말하는데 절대 선이 맞을까요?

“아닙니다. 수사 기소 분리는 검찰개혁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검찰개혁은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 그리고 법치주의 구현이 목적입니다. 수사기관 간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목적이라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 선택된 수단이 수사 기소 분리입니다. 그래서 수사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이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 사이의 관계, 경찰 내부에서도 국가수사본부, 지방경찰, 특별사법경찰 등의 조직들 사이에 서로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이룰 것인지 전체적 구조를 바라보면서 수사 기소 분리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신중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수사 기소 분리를 하지 않거나 완화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그러한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공수처는 수사 기소 분리가 안 되어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공수처를 그렇게 만든 이유는, 권력기관 간에 서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공수처에 일정 부분은 수사 기소 분리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에게 보충적 수사권을 인정하고, 수사 도중 영장청구 절차를 통제함으로써 경찰의 강제수사를 견제할 수단을 인정하는 이유 역시 경찰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사 기소 분리가 절대 선이라고 보면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죠. 그러니 수사 기소 분리를 절대 선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 지금 너무 검찰을 악마화하는 느낌도 있어요.

“검찰개혁은 경찰이 착하기 때문에, 또는 검찰이 악마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분립이라고 하는 거 자체가 어느 한 기관이 악마거나 어느 한 기관이 착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 아니죠. 국회가 착하기 때문에 입법권 주는 게 아니고 정부가 악하게 때문에 재판권 안 주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조직을 악마화하면서 그 악마를 때려잡으려고 개혁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접근하면 개혁에 실패합니다. 어느 조직도 악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악마를 때려잡기 위해서 다른 악마를 키우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검찰이 그동안 나쁜 짓을 많이 했고, 검찰개혁의 중요한 목표가 검찰의 지나친 권한을 통제하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검찰을 악마로 바라보는 것 검찰개혁을 잘못 이해하는 겁니다.”

▲ 2019년 10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최후통첩'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며 촛불을 흔들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많은 사람에게 검찰개혁은 오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이번 정권에서 그 결실을 어느 정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러한 결실을 보기에서는 정치인들이 검찰개혁을 정치적 이슈로 다루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왜곡되거나 삐걱대는 일이 있더라도 정치인들이 검찰개혁을 열성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최근 검찰 개혁의 방향이 이상한 쪽으로 가는 거 같아요. 검찰개혁은 장기적으로 볼 문제고, 차근차근 신중하게 진행해 지금의 제도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제도라는 것이 한번 만들면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에 따라 너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그럼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생각하는 방향이 기본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갈등을 좀 정리하고 그 속도나 방향을 조정해 가면서,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제도 개혁이라는 방향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국민들 여러분도 ‘너무 검찰 나쁜 놈’, ‘윤석열 나쁜 놈’이라는 시각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 전 총장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장기적으로 누가 검찰총장이 되던, 누가 경찰청장이 되던 마음대로 전횡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쪽에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