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적어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한 집권당 후보라면 4.5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문재인 정권이 빚은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일자리 참사에 대해 먼저 참회하고 사과했어야 한다. 

작년 12월 말 기준 청년실업률은 8.1%로 일반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고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40만 명에 육박한다. 4.5일을 일하기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없어 당장 생계가 걱정인 그들에게 4.5일제 공약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것은 분명 청년을 두 번 울리는 공약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9일 페이스북에 “꿈속에 사는 박영선 후보에 청년과 중소기업인들은 절망이다”라며 주장한 내용이다. 전날(8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청년정책간담회에서 박영선 전 장관이 “우리 젊은이들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과 직결된 문제, 자신의 삶을 더 향상하는 것에 굉장히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주 4.5일제를 확립시키고 싶다”고 밝힌데 대한 비판이었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선거캠프에서 ‘서울 도시공간의 대전환 수직정원도시’라는 주제로 세번째 시민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는 조정훈 시대전환 예비후보가 ‘주 4일제’ 화두를 던진데 이어 박영선 전 장관이 ‘주 4.5일제 확립’이란 절충안으로 논의를 넓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 전 후보는 “디테일한 실행계획이 빠져있다. 현실 인식이 참으로 천진난만하다”며 “피눈물 흘리고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박후보 머리와 가슴 속에 들어 있는가?”라고 맞받았다. 

반면 이날 박 후보는 “청년‧일자리 문제와 여성의 삶과 육아‧보육 문제 등 여러 복지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이를 통해 서울시 대전환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주 4.5일제를 ‘서울시 100년 대전환’이란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와 연결시키고 있다. 

기존 ‘친기업’ 정서에 바탕을 둔 비판과 주 4.5일제를 통한 과로사회 타개와 청년여성 복지의 확대 논의. 유권자들의 선택은 각기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을 어떤 선진국으로 만드느냐, 어떤 수도 서울을 만드느냐에 대한 논의는 분명 계속돼야 할 의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정책대결과 상호 경쟁 및 비판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여야 모두 후보 단일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언론은 이미 3자 대결 및 양자 대결 구도는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과 당내 예비 후보 간 경쟁구도를 다각도로 부각시키는 중이다.  

달라진 박영선? 

<박영선→나경원, 나경원→안철수.. 물고 물리는 후보들>(<국민일보>)와 같은 헤드라인이 대표적이다. 이 중 지난달 26일 출마 선언 이후 보름 만에 지지율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는 박 전 장관의 행보 역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너무 꼿꼿해서 핵심 지지층이 적었던 과거와 달리 한층 더 털털하고 유연한 언행을 바탕으로 달라진 면모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보유국 맞잖아요. 아니에요?”

8일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출연한 박영선 장관은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지적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거릴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소위 ‘친문 지지자’를 너무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전혀 움츠려들지 않았다. 입길에 올랐던 ‘금태론 옹호’ 논란에도 “장관직을 수행하다보니 당내 민심에 둔감했다”며 ‘쿨’하게 실수를 인정했다.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수야당 경쟁자들 중 누가 가장 어려운 상대냐는 물음에 박 전 장관은 “특별히 어려운 상대는 없다”며 자신감을 보인 뒤, “국무위원으로서 행정 경험이 있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 최근 보여주고 있는 유연함이 공직 생활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었다. 

“(장관직 수행이 스스로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이점은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 가서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되는지를 가장 먼저 알고, 또 특히 어떤 자치단체의 장이 된다는 것은 매듭을 푸는 일,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어떤 능력, 그런 것들은 이런 어떤 장관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특히 지금은 도시를 어떻게 앞으로 변화시킬 것이냐에 대한 서울시 대전환에 대한 미래 그림이 있는 후보는 제가 아직까지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이어 장관직 수행의 장점으로 “공무원들과의 소통하는 방법”을 꼽은 박 전 장관. 그는 “‘이렇게 소통을 해야지 우리 공무원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많이 이해하겠구나’라는 그런 어떤 것들이 다른 국회의원을 해 보지 않았던 장관보다는 장점이 많이 있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유튜브 채널 <월말 김어준>에서 “삐졌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의 일화를 털어 놓기도 했던 박 전 장관. 일각에서 ‘친문’을 향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은 본인 스스로도 직설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알고 있으며, 장관직을 수행하며 깨달은 것이 많았다는 속내는 털어놓기도 했다. 여당 내 지지율 1위 후보의 이런 변화는 선거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위의 여유와 네거티브 거리두기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일보가 지난 4~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박 전 장관과 안 대표를 꼽은 응답자는 각각 25.8%, 19.5%였다. 

박 전 장관이 안 대표를 6.3%포인트 앞섰지만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내였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12.9%,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9.2%,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2%로 집계됐다.” (7일 <조선일보>,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박영선 25.8%, 안철수 19.5%> 중에서)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선거 레이스 초기 안 대표가 압도적인 우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박 전 장관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박영선-안철수-국민의힘 후보’ 3자 대결 관련 최근 조사에서도 박 장관이 1위를 차지한 결과가 다수였다. 이러한 ‘박영선 효과’로 인해 갈수록 안 대표는 물론 국민의힘 역시 단일화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판국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박 전 장관은 ‘1위의 여유’를 자랑하는 중이다. 본인의 지지율 상승은 물론 당내 경선이나 열린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또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네거티브 전략과는 일찌감치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여유와 소통을 얻은 박 전 장관은 계속해서 ‘중도 표심 잡기’, ‘우클릭’ 논란을 잠재우며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까.     

(해당 조사는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2월 4일~6일까지 사흘간 조사, 100% 무선전화 방식으로 2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