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병 시대의 창가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창틀에는 햇볕과 벗어 놓은 마스크. 
봄도 오다가 마스크 쓴 걸 잊었다고 
저만치 돌아갑니다.
휴대전화와 지갑에도 세정제를 바르고 
기다림마저 살균해야 겨우 안심하고 숨을 쉴 수 있는 
삼월 초하루. 
만세소리 퍼지던 자리에서는 
바이러스들이 창궐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아시다시피 보이지 않는 미세한 초조는 
자가 격리중입니다.  
집요한 불안이 병균처럼 피어오르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제 손을 의심해야 하는 2020년 첫 봄날,
유행병 시대의 창가에서 
병균 같은 하루에게 마스크를 씌워 떠나보내면서 
다만 안부를 묻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서해성 작가

▲ 서울 북한산국립공원 사모바위에서 멀티암벽 산악회와 북한산국립공원 공단직원들이 3.1운동을 기념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희망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