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특집 자연 다큐멘터리 <곰> 5부작이 지난 18일 에필로그 ‘곰에게서 배우다’를 끝으로 종영했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MBC 창사 특집 자연 다큐는 명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곰>은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를 연출한 김진만 PD가 맡아 기대감을 높였다. <곰>은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곰에 대한 이야기다. 다큐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김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진만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진만 MBC PD <사진=이영광 기자>
- 어제(18일) 에필로그 ‘곰에게 배우다’를 끝으로 창사특집 자연다큐 <곰>이 종영되었어요. 제작 기간이 2년이던데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2년 동안 사실 계속 공을 따라다녔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스텝들 모두 고생을 많이 했어요.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애를 낳고 키우는 느낌이죠.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고 관심 가져주면 더 좋잖아요. 그런데 <아마존의 눈물>이나 <남극의 눈물> 때는 방송 외의 플랫폼이 많지가 않았죠. 그러나 이젠 플랫폼이 많죠. 볼만한 콘텐츠가 워낙 많으니 과거에 비해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식었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환경이라는 건 좋은 주제고 많은 노력은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 시청률에 아쉬움은 남지요.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거기에 맞게 좀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 갖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나 유통에 고민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환경‧인권‧소비자 원리 같은 주제는 여럿이 공유할수록 힘이 세진다”
- 반응은 어때요?
“반응은 사실 너무 좋다고 하죠. 사실 다큐멘터리는 호감을 가지고 봐야 하는데 제 주변 사람들은 다 봤거든요. 단순한 곰의 도감이 아니라,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촬영을 장기간 하기 때문에 캐릭터 같은 것들이 나타나죠. 엄마와 새끼 이야기, 수컷의 먹이 경쟁 이런 이야기에 집중하니까 좋아하는데, 아쉬운 거는 아이들이 보면 좋은 콘텐츠를 왜 밤 11시에 하느냐는 부분이죠. 그래서 재방을 통해서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배려는 하고 있죠.”
- MBC 창사특집 자연다큐는 명품으로 잘 알려졌잖아요. 전 어릴적 뻐꾸기 이야기 생각나거든요.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커서 부담도 되었을 거 같은데.
“부담되죠. 말씀하셨던 뻐꾸기 탁란 촬영으로 유명한 <어미새 사랑>이라는 프로이고요. 그게 최삼규 PD라는 분이 만드신 건데 지금 정년퇴직하셨죠. 그분이 일으켜 세운 자연다큐를 이어왔는데. 걱정은 이런 명맥이 끊어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실 자연다큐가 돈이 많이 들어요. 자연다큐는 최소 1년은 찍어야 봄, 여름 담을 수가 있고요, 사람을 따라다니면 촬영 성공확률이 높지만, 동물은 어렵죠.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돈과 연결될 수밖에 없고요, 지상파가 과거에 모든 광고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가능하죠. 프로그램이 100% 광고가 팔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20~30 프로 채 팔릴까 말까 하는 수준이죠. 회사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죠.
KBS는 수신료를 받지만, MBC는 광고로 먹고 살아요. 그럼 돈을 더 벌어다 주는 데 투자해야 회사가 존립할 수가 있습니다. 언론사이지만 동시에 기업이잖아요. 임원들은 다큐에 많은 돈 쓰자고 말하기 쉽지 않죠. 회사가 주는 대작 다큐에 쏟는 제작비는 전체 제작비의 절반이 채 되기 어렵습니다. 나머지 제작비는 정부 지원, 기업 협찬 등등 따와야죠. 하지만 채널이 너무 많고 손 벌리는 곳은 너무나 많아 경쟁이 심해지니 갈수록 더 힘들어져요. 그래서 이런 자연이나 환경 다큐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는 PD가 있다면 자기가 돈도 마련해 와야 해요. 그러면 힘들 수밖에 없고 명맥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죠.”
- 오랜만에 다큐 제작하셨는데 어떠세요?
“일단 젊은 사람이 하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 드라마 현장도 인정받고 사랑받는 프로그램 보면, 사실 젊은 친구들이 가져오는 아이디어에 힘이 있거든요. 사실 저도 내일모레 50이거든요, 그동안 익숙해진 매너리즘이 분명히 저희한테 있어요. 저희는 성공을 한번 맛봤기 때문에 이 방식이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게 있지만, 세상이 변했거든요. 근데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죠. 굉장히 소통하면서 신선하고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크리에이터들이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도 이제 젊은 친구들이 만드는 게 방향이 맞다고 봐요. 오랜만에 현장으로 갔는데 체력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어요. 예전 <아마존의 눈물>할 때 뛰어다니는 델 이젠 숨차서 못 뛰고요. 체력적 한계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나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더 이상 참신하기 어렵죠. 그래서 젊은 애들 많이 뽑아야 해요.”
▲ <사진출처=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화면캡처>
- 곰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다큐멘터리를 어떤 주제를 하느냐가 중요한데요. PD가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기술발전이 미치는 영향도 있어요. 과거에 SD에서 HD로 기술이 발전했을 때, KBS에서 ‘차마고도’ MBC에서는 ‘세렝게티’라는 다큐가 나왔거든요. 예능은 굳이 좋은 화질로 볼 필요는 없지만 다큐는 색이 주는 감동이라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환경 다큐는 UHD와 어울리죠. 게다가 환경이라고 하는 주제 정보는 여러 명이 같이 공유하면 힘이 세지죠. 인권이나 소비자 원리, 이런 것들은 여럿이 정보를 알고 힘을 합치면 힘이 강해집니다. 이런 주제로 다큐를 만들어 아젠다를 생성하면 의미가 생깁니다.
환경을 뭐로 풀지 고민할 때 영국팀이 회의하면서 북극곰 복원 소재를 이야기하더라고요. 한국에도 반달곰 복원프로젝트라는 좋은 소재가 있잖아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신화를 가지고 있고 해서 곰을 통해 환경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죠.”
- 이전에 곰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황제펭귄이나 이런 거 찍으면서, 펭귄이 온난화에서 대표적인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때 생각한 게 북극곰이었죠. 환경 아이콘이면 곰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좋을 거 같고 단순히 환경 때문에 곰이 고통받고 힘들다는 것보다, 인문적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왜 사람들이 곰을 숭배하고 했고 프랑스나 독일 등 곰이 많이 살아가던 서유럽 땅에서 왜 곰이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되었는지, 곰을 살아왔던 장소에 왜 신화가 존재하는지 등을 통해서 왜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곰에 주목해야 하고 곰을 통해서 왜 환경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 제작 발표회에서 곰을 소재로 삼은 이유를 “영국 쪽 팀과 회의하다가 영국의 북극곰, 한국의 지리산 곰 복원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논의했다”며 “생태환경뿐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되는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 곰이 종교와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에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고 하셨더라고요. 궁금증은 풀리셨어요?
“프랑스와 그리스의 동굴들을 찾아가 보면서 다른 동물과 달리 곰은 어떤 제례 의식 속에서 인간에게 숭배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쇼베 동굴에는 곰의 머리뼈와 나머지 뼈들로 제단이 만들어져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은 불곰 같은 녀석이 몇 미터 앞을 지나가면 느끼는 게 두려움이에요. 곰이 가지고 있는 힘. 두려움과 경외감 이런 것을 많이 느꼈어요.
숲에서 곰을 만나면 인간은 곰을 이길 수 없잖아요. 숲에서 곰 만났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많이 느꼈어요. 곰 만나면 너무 두렵거든요. 하지만 또 곰의 고기를 먹고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으니 곰을 사냥해야 하죠. 그래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는 게 곰이 살아왔던 동굴, 곰이 살아가는 지역들, 곰의 천국이라고 불린 땅들을 돌아다니면서 곰에게 느끼는 경외감을 느끼면서, 그런 것도 있어요.
겨울에는 곰이 사라지고요, 봄에 곰이 들어와요. 자연이죠. 곰이 사라지면 자연은 숨죽이고 얼어버린 채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나 곰이 돌아오면 꽃이 피고 식물들이 살아나고 동물들도 돌아오기 시작하죠. 결국 곰이 자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인간과 신의 매개체가 바로 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래서 저는 곰의 인문학에 초점을 맞추고 많이 촬영했어요. 그러나 인문학적인 부분을 편집하면서 많이 걸러냈죠. 아쉬움이 남죠.”
▲ <사진출처=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화면캡처>
- 올무곰 촬영할 때 이야기도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저는 주로 해외 촬영을 했고요. 후배 PD가 주로 지리산 촬영하고 저는 가끔 한국에 있는 동안 가끔씩 갔었어요. 몇 번 갔는데도 감동 그 자체죠. 이 녀석이 재작년에 올무에 걸린 채 발견이 됐고요, 치료하고 방사하는 것까지 다 촬영을 했어요. 임신하는 것은 몰랐어요. 설마 했죠. 근데 GPS 추적 장치들이 다 있잖아요. 임신하면 동면을 길게 하고 움직이지 않아요. 임신 안 하면 아무리 겨울이라도 지리산 반달곰은 조금씩 이동해요. 그러나 올무곰은 아예 안 움직이는 거죠. 그래서 종복원기술원이 분석한 결과 임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2달간 잠복하니 결국 새끼 2마리를 포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기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곰의 지연 착상이죠. 수정란을 본인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착상을 시켜서 새끼를 출산하는 그게 곰이 가진 기가 막힌 전략이죠. 올무에 다리가 잘렸어도, 회복하고 치유하는 게 자연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자연은 아프게 해도 용서하고 다시 회복시켜주죠. 근데 한계는 있어요. 어떤 한계를 넘으면 더 이상 자연이 치유하지 않거든요. 올무곰에서 자연을 봤어요.”
- 판다 곰도 촬영하셨잖아요. 판다 너무 귀엽던데.
“다른 곰을 찍을 때 반달곰이 굉장히 위험해요. 일본에서도 반달곰에게 한해 목숨을 많이 잃거나 다쳐요. 물론 반달곰의 땅에 인간이 들어가며 생긴 비극입니다만. 민가를 반달곰이 습격하는 건 아니고요. 근데 판다 찍을 때는 평화롭죠. 공격하지 않아요. 그리고 공격하려고 와도 느려요. 그래서 판다는 편안히 찍어요.”
- 불곰 촬영할 땐 무서웠을 거 같은데.
“진짜 무서웠죠. 그럴 때 우리를 보호해 주는 레인저들이 있어요. 무장 경비들인데요, 국가 정부 소속이고, 러시아 정부 허가를 받죠. 그분들이 보호해주면서 촬영하지만, 열댓 마리가 있는 지역에서 촬영할 때, 연어를 잡으려고 4~5M 앞에 까지 오거든요. 그때 진짜 무서워요. 곰이 연어를 먹고 사람을 먹지는 않거든요. 근데 혹시 우리를 함 먹어볼까 하고 올 수 있죠. 근데 레인저를 믿는 거고. 저희가 6~7명 있는데 ‘나부터 먹지는 않겠지’ 이런 생각도 하죠. 늘 긴장하며 조심해야 합니다. 곰의 길을 막지 않는다 등의 규정도 있고요, 늘 레인저들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 카메라 엄청 망가진 거 같던데.
“얘가 후각이 거의 사냥개의 20배에 가깝대요. 카메라 냄새를 맡는 거예요. 몰래 나무로 위장하고 하거든요. 그런데도 와요. 보이지도 않을 텐데 정면으로 와요. 그래서 냄새를 맡고 물어버리죠.”
- 곰 촬영하려면 언제 나올지 몰라 기다려야 하는데 그 작업은 어땠어요?
“힘들죠. <휴먼다큐 사랑> 같은 것도 방송 만들어 본 적이 있고요. 이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죠. 그러나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과 이야기하고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지만, 동물은 언제 나올지 모르잖아요. 쉽지 않죠. 어제까지 여기 곰이 열 댓마리 있었는데 다음날 가면 아무것도 없어요. 왜 없는지 알 수 없죠. 다시 이동해서 곰 올 때까지 기다려야 고요. 자연다큐가 힘든 게 기다리는 것이에요. 그리고 기다려도 언젠가 찍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늘 선택의 문제가 다가오죠.
그래도 곰을 찍어보면서 느낀 점은 계속 기다려보면 기회가 와요. 자연 다큐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거예요. 그래서 오랫동안 기다리면 좋은 그림도 찍을 수 있고요.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죠, 기다리다 보면 곰이 연어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잡은 연어를 새끼에게 주고, 때론 연어 때문에 다른 곰과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게 됩니다. 계속 기다리면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북극곰은 사람을 안 두려워해…달려오면 굉장히 무섭다”
- 5부작이죠. 프롤로그가 12월 3일 방송되고 2부는 1월 28일 방송했잖아요. 텀이 있는 이유는 뭔가요?
“10월 말까지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편집해 12월부터 나오기는 한계가 있고요. 물론 12월 연이어 나오는 게 제일 좋긴 하거든요. 그러나 그러기엔 어려워요. 1월부터 가능해요. 근데 문제는 제작지원을 받잖아요. 그러면 작년에 방송하도록 계약이 돼 있잖아요. 계약조건을 맞추기 위해 한편은 12월에 내보내야 하죠. 저희가 이번에 한 게 UHD기도 하지만 HDR이라고요, UHD 찍은 것을 색을 다시 봐요. 블랙이나 화이트가 잘살 수 있게. 그래서 이런 후반 작업 때문에 방송이 12월엔 한계가 있었고요. 계약 때문에 한편만 12월에 한 거예요..”
- 배우 정해인 씨가 내레이션을 했는데.
“사실 정해인 씨와 함께한 이유는 홍보적인 측면도 강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은 이야기에 집중하잖아요. 가장 좋은 딕션은 성우나 아나운서가 가지고 있죠. 그러나 배우를 쓰는 이유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이들은 연기하는 사람이라 희로애락을 전달할 수 있죠. 그런 측면에서 이야기 있는 다큐를 배우와 작업 하는 거고요. 정해인 씨 같은 경우에는 배우이면서 딕션이 좋고 발음이 좋아요. 그리고 장점 중에 하나는 성실해요. 그래서 애착을 가지고 해서 굉장히 고마웠죠. 아마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아요. 겸손하고 그래요.”
▲ <사진출처=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 화면캡처>
- <곰>을 촬영하며 느끼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곰을 보고 있으면 원시의 힘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곰의 땅이 있어요. 우리가 공존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가 말하는 공존은 어깨동무하고 다 같이 사는 게 아니거든요. 곰이 살아가는 지역이 있고 그 지역을 지켜주면 곰은 알아서 잘 살아요. 올무곰이 한 발을 잃고도 자연에서 회복하며 생명력을 보여줬듯이 그들의 땅을 지켜주고 멀리서 바라보면 이들은 잘 살 수 있거든요. 이들이 거기서 살아가면 개발이 어렵잖아요. 그럼 환경을 보호해주고요. 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느꼈죠.”
- 곰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곰의 매력은 사람 같다는 거죠. 곰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 같아요. 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곰이 되는 신화에서 보여줬듯이 사람처럼 꼭 쥐고 수영하고 매달리고 인간이 먹는 거 다 먹고. 굉장히 인간하고 가까운 동물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그리고 이 안에 이중성이 있죠. 너무나 귀엽고 친근하지만, 이들은 맹수라는 것이죠.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
“북극곰 찍을 때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사람을 쫓아와요. 이들은 굉장히 배고플 때거든요. 주민이 고래 낚시해서 안 먹는 거 주잖아요. 그것도 기후 변화로 고래가 안 잡히던 시기기도 하고 너무나 배고프던 시기죠. 저희를 보고 달려와요. 북극곰 귀엽잖아요. 근데 가장 흉포한 곰 중의 하나가 북극곰이에요. 800kg이라 거의 1t이에요. 반달곰은 100kg 안쪽이고 불곰도 무거워도 300kg 정돈에 북극곰은 800kg까지 나가잖아요. 그 녀석들이 저쪽에서부터 달려오기 시작하면 진짜 무서워요. 그래서 촬영할 때 무조건 차에서 3M 이내에서 촬영해요. 북극곰이 달려오기 시작하면 장비를 챙겨서 바로 가야 해요. 북극곰에게 쫓겨 다녔던 게 기억에 남아요.
불곰 찍었을 때는 워낙 위험하니까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죠. 곰은 절대로 발소리를 안내요. 발뒤꿈치가 안 닿아서 언제 와 닿아 있는지도 몰라요. 앞 보고 있다가 옆을 보면 쓱 지나가는데 등골이 송연해지고 진짜 추워져요. 불곰 촬영할 때 가장 그게 두려웠죠. 그리고 촬영장에서 먹을 게 없으니까 라면 같은 거 먹고 인스탄트 먹고 그랬죠. 그래서 돌아올 땐 몸이 안 좋아져 돌아와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사실 환경 다큐에 관심 없는 게 사실이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큐를 좋아하겠어요. 예능 드라마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잖아요. 이것들이 사람들에 주는 위안과 위로도 소중하지만 가상의 세계잖아요.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사실이잖아요. 사실이 주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진짜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 가지고 보시지 않고 직접 보시면 왜 다큐가 힘 있고 재밌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러면 더 많이 관심 가지고 다큐 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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