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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자백> 김승효 씨 재심서 ‘무죄’ 구형.. 석고대죄도 모자랄 김기춘[하성태의 와이드뷰] 공안검사 김기춘과 정경식의 승승장구.. ‘사법부 과오’ 바로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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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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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9  15:06:38
수정 2018.08.29  15: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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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승효 선생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김승효 선생은 영화 <자백>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검찰의 무죄 구형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불과 2년 전, 박근혜 정권 때 검찰은 이런 의견을 들며 김승효 재심을 반대했다.

‘우리나라 선배 법조인들이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건을 조작한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분들의 학식과 인품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이 잘 알려져 있고, 그 시대 상황에서 법조인의 양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수사, 기소, 재판을 하였습니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검찰의 칼춤, 민망하다. 무죄 구형한 김에 반성과 사과도 하시길. 김승효를 수사-기소했던 인물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안검사 정경식이다. 그는 전두환 시절에 국보위원을 지냈고, 김영삼 정부 때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정경식은 내내 꽃길을 걸었다. 그 세월 동안 김승효는 정신병원에서 살았다. 무려 21년.”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기자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박 기자는 그러면서 오는 30일 서울고등법원이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김승효(68) 씨의 재심을 선고할 것이라 예고했다. 지극히 이례적인 구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검찰의 무죄 구형 이유는 이랬다. 28일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의견서에서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1974년 5월3일 피고인이 임의 동행된 후 같은 달 21일 구속영장 발부 시까지 19일 동안 불구속 상태에 있었다는 자료가 없는 반면, 그 기간 동안 중앙정보부에서 진술서 작성 및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점에서 불법 구금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29일 MBC 역시 이 사건을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서울고등검찰청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를 다룬 영화 ‘자백’의 주인공인 김승효 씨의 재심에서 2년 전과 달리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핵심 기소 내용인 반국가단체 가입과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국내에 잠입했다는 부분에 대해 피고인 자백 외에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고문에 못 이겨 간첩이라고 자백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015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시 검찰은 ‘재심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 피해자 김승효 씨. <이미지=영화 '자백' 스틸컷>

<자백>으로 알려진 김승효 씨의 아픈 과거

“한국인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그렇게 한 것이 박정희야. 그것이 박정희의 정치야. 어떤 정치냐면 청와대 정치고, 중앙정보부의 정치야. 어떤 것이라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아.”

김승효 씨의 아픈 과거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최승호 MBC 사장이 지난 2016년 <뉴스타파> PD 시절에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다. 이 영화에서 김승효 씨는 과거 간첩단 조작 사건에 대해 위와 같이 회고했다.

그렇다.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김승효 씨는 박정희의 시대가 낳은 중앙정보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그는 모진 고문 끝에 배후에서 학생운동을 조종했다는 죄로 7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풀려 난 뒤에는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났고, 결국 일본에 다시 넘어간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남산에 끌려갔던 1974년 5월 4일, 그 날짜를 절대 잊지 못한다는 그는 <자백>에서 또 이렇게 토로했다.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그 암흑의 세월을, 지옥 같은 세월을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왜냐하면 가슴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무죄로 못됐으니까 죽을 지경이야. 죽고 싶단 말이야. (그 시절을) 다시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야.”

가슴 아픈 대목은 또 있었다. 한국에 올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승효 씨는 “한국에 다시 오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영화 속 김승효 씨는 그러면서도 “한국은 나쁜 나라다”, “얼마나 한국이 나쁜 나라인지 말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과연 20대 꽃다운 나이에 중앙정보부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고, 결국 평생을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산 그의 세월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과연 이번 검찰의 무죄 구형이 그런 그의 아픔을 되갚아 줄 수 있을까. 행여 서울고등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다 한 들, 그 아픔이 오롯이 치유될 수 있을까.

   
▲ <이미지=영화 '자백' 스틸컷>

공안검사 김기춘과 정경식의 승승장구

그래서 기억해야 할 이름은 두 명이다. 박상규 기자가 언급한 전 헌법재판관 정경식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말이다. 대표적인 공안 검사인 두 사람은 1992년 12월 ‘초원복국(집)’ 사건 당시, 법무부장관과 부산지검 검사장으로서 사건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승승장구한 정경식은 헌법재판관 자리까지 올랐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회의원을 거쳐 ‘왕실장’으로 정권의 지근거리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방관했다.

특히나 김기춘은 김승효 씨와 같은 간첩조작 사건의 ‘수괴’라 할 만 했다. 젊은 공안검사였던 김기춘은 ‘간첩 조작’의 ‘능력’을 인정받아 박정희 유신 정권에서 승승장구했고, 정치적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 또 검사로서 유신헌법 초안을 만드는 데 공을 세운 김기춘은 유신의 한복판인 70년대 중·후반 중앙정보부에서 대공수사국장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숱한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

정치인으로, 법무부장관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70대까지 권력의 정점으로 다가갔던 그 김기춘이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는 물론 여타 본인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공식 ‘사과’를 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국회의원 시절 김기춘은 ‘인권’ 운운하며 당당함을 보였다.

“저는 정말 내가 그런 것이 권력을 남용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하고 이랬으면 오늘날 김기춘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요. 그 점을 제가 자부합니다. 그 점이 다른 사람보다 어떻게 보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신한국당 의원이었던 김기춘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 김기춘은 김승효 씨와 같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앞에서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김승효 씨를 잡아넣었던 정경식과 함께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하지 않을까.

연장선상에서, 오는 30일 재판부가 김승효씨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과거 사법부의 죄악에 대해 일말의 반성과 사과를 담보해내는 길일 것이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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