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개혁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이하 내놔라시민행동)은 합동토론회를 열고 국정원 불법사찰기록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언론인들의 경우 공개되는 기사를 쓰기 때문에 팩트가 틀리면 민‧형사 소송을 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팩트 체크를 한다”며 “그런데 국정원의 기록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써도 문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지금 드러나는 것들을 보면 국정원 뿐만 아니라 정부 각 기관이 이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적절한 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기록들을 공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민주주의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방송인 김미화 씨, 명진 스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석해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또 박재동 화백을 좌장으로 장유식 변호사(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위원), 최영삼 국정원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 오길영 신경대 교수 등이 국정원 사찰기록 처리 방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 ‘국민사찰근절과 국정원개혁을 위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기자회견.

앞서 지난해 내놔라시민행동은 550명을 모아 국정원에 사찰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이에 정보공개 거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국정원은 지난 15일 청구한 정보가 그 자체로 국가 안보에 관련되거나 국정원의 정보 역량을 노출해 국가 안보 관련 업무 수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장유식 변호사는 이날 국정원 개인사찰 기록 처리 방법과 관련해 ‘공개’ ‘폐기’ ‘봉인’ 등 3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기록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데서부터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국정원이 기록을 공개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보 공개할 것과 공개하지 않을 부분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또 “불법 수집된 정보를 폐기하면 증거인멸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폐기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3가지 방안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정해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 신속하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국정원이 독일과 미국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상호 기자는 국정원의 개인사찰 기록 공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 기자는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진 범죄행위라는 기본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법 취득 정보에 대한 공개 요구에 국정원이 오히려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국정원 적폐청산의 첫 단추는 그간 국민을 상대로 한 내전 수준의 사찰에 대한 반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가 착취되고 약탈된 개인이 공개를 원하고 있다”며 “정보공개는 피해자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관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증거인멸을 하기 전에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제를 맡은 김남주 변호사는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되려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공식사과 ▶피해자 원상회복 ▶재발방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 원상회복은 사찰공작 주체가 피해자에 사찰공작 사실을 공개하고, 공작 정보를 영구폐기, 피해 보상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며 “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게 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