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법정시한 내 처리 불가’ 엄포는 ‘민생 외면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에 기대어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을 무조건 발목 잡겠다는 한국당의 몽니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강 원내대변인은 “주거급여지원, 아동수당, 치매 관리 등 서민을 위한 예산과 국민 안전과 일자리를 위한 예산마저 한국당의 ‘묻지 마 삭감’에 가로 막힌 상황”이라며 “보수정권의 국정실패를 반면교사로 오직 ‘민생 살리기’를 위해 예산을 편성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는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고, 국내외 기관들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올려 잡는 상황”이라며 “예산안을 발목 잡는 것은 반등하는 대한민국 경제에 걸림돌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강 원내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긴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작년 탄핵과정에서도 예산안에 대한 법정시한은 지켜졌다”며 “민생을 위한 국회의 최소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민생 정당’에 역행하는 자가당착,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 모두 172건, 약 25조 원 가량의 예산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보류되어 있다. 양과 질에 있어 사상초유의 민생예산이 가로막혀있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속칭 ‘퍼주기 예산’으로 비판하며 막무가내식 발목잡기 탓에,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거급여지원 예산, 아동수당 및 치매관리체계 구축 예산, 창업생태계 기반 구축 관련 예산, 도시재생 등이 무더기로 보류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지키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남은 엿새 동안,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기와 선진화법 뒤에 숨은 버티기를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여야 협치에 나서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 극단적 포퓰리즘 예산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고 삭감할 것은 반드시 삭감해서 국가의 건전한 재정과 국민 혈세를 반드시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 원내대표는 “현재 예산안 429조 중에서 172개 항목인 129조에 대해서 예산심사를 아직 마치지 못한 이 근본적 책임은 바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에 있다”고 주장하며 “선진화법에 따라서 앞으로 늑장 심사, 버티기 모드로 정부 여당이 임한다면 정부 여당에게 현재 국회 상황이 여소야대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경고의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정 시한 내에 정상적으로 예산안이 통과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만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 할 것은 문제 제기하고 삭감할 것은 반드시 삭감해서 국가재정과 국민의 세금을 지켜내겠다”고도 말했다.

▲ 27일 국회에서 열리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이날 열린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도 엇갈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원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1기 예산인 이번 예산은 작년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왔을 때 ‘정말 어렵다’ ‘국민의 삶을 바꿔달라’는 그 바닥 민심과 열망, 요구가 반영된 예산”이라며 “국민 여망을 잘 담아낸 예산이기 때문에 너무 다른 시각으로 보지 말고 협조해주길 부탁하고, 저희도 기한 내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보류된 것이 25조 원이고 삭감된 것은 5천400억 원밖에 안된다”며 “이렇게 해서 12월 2일에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여당이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며 “여당이 예산안을 조금도 손대지 못하게 하고, 철밥통 공무원 늘리기라든지 최저임금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그런 형태를 그대로 갖고 가겠다고 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