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을 두고 국민의당 내부의 불만이 계속 분출되는 모양새다. 바른정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통합조건으로 ‘탈(脫) 지역주의, 탈 햇볕정책’을 제시한 후 나온 반응들이다. 일각에서는 통합에 부정적인 의원들의 탈당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로 내홍이 깊어지는 듯한 양상이다.

▲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이상돈 의원은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반대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거다. 그러니까 반대할 가치도 없으니까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정당은 스펙트럼이 있지 않느냐. 우리가 바른정당하고 합치면 이건 정당이 아니다. 이건 철학이 없고”라며 “유승민 의원이 지향하는 개혁보수는 지금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좀 참으면 다음번 총선에서는 상당한 세력을 구축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유 의원이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해서 섞어치기 하는 식으로 국민의당하고 합치면 본인의 정치생명은 희망이 없다고 본다. 그럴 리가 없다. 유 의원이 그렇게 아둔한 사람이 아니다“고 봤다.

심지어 이 의원은 “국감이 끝나게 되면 아마 상당한 의원들이 ‘안철수 체제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안철수계 갈 수가 없다’ 이런 목소리가 분출될 것으로 본다”며 “그냥 멀쩡한 당원 갖다가 분란에 빠뜨린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통합선언을) 전격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당내 분위기로는 불가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의당이 커지고 잘 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그렇지만 바른정당 20석 국회의원들이 우리당으로 다 오는게 아니고 제가 볼 때는 5석 내외. 최대 7~8석까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것들을 위해 우리의 정체성과 지역기반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민주정부가 세워져야 된다’ ‘민주정권들, 세력들이 집권해야 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해야 된다’ 그리고 ‘호남 차별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만약 일탈하는 하나라도 생기면 제가 움직이는 것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저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저랑 함께 생각하고 있다. 우선 어제 천정배, 정동영, 최경환, 유성엽 의원은 의원들 소통방에 그러한 강한 의지를 표현해놨다”고 전했다.

▲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이에 김현정 앵커가 “지도부가 통합 쪽으로 계속 시동을 걸 경우에, 동력을 모아갈 경우에는 탈당, 이탈할 수 밖에 없다는 의지까지 밝히셨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몰아가면 아주 곤란하다”며 “제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들은 박 전 대표가 ‘탈당 경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우리 40명 국회의원들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초점을 흐리게 하고 또 준비에 차질을 주게 하는 이러한 통합 문제. 또 시도지역 위원장을 비롯한 지역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키는 문제. 왜 이런 것을 아무런 의원총회에서 소통 한 번 없이 밀어붙이느냐”며 “이렇게 두면 이게 올바른 정당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정동영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되지 않은 정체성 변경은 분당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당이 갈 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가치연대 정책연대는 필요하고 시급하다. 이를 토대로 한 선거연대도 추진할 수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완수와 다당제 정책을 위해서”라면서도 “가치 연대가 선행되지 않고 통합이 우선 목표가 돼 거꾸로 가면 야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중도보수당을 만들 것이 아니라 개혁연합을 통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 <사진=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천정배 전 대표도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바른정당은 개혁적인 보수라고 하기엔 너무 뒤떨어진 세력”이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전 대표는 “전당대회가 끝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데 당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오히려 기득권 쪽에 가까워졌다”며 “개혁이 목표인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게 목표인지 모르겠지만 후자로 가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 ‘통합 찬성파’로 분류된 조배숙 의원은 23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보도”라며 “이 시점에서 통합논의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어제 유승민 의원이 인터뷰를 했는데 개혁보수 중심의 통합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국민의당은 중도개혁정당이지 보수정당은 아니다. 그래서 역시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사안사안마다 정책연대나 이런 부분까지는 가능하다고 봤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