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문성근 씨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피해자 조사를 받기위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 수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인 배우 문성근 씨가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불의한 역사에 대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성근 씨는 ‘MB정권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를 위해 18일 검찰에 출석해 “5공 때든, 6공 때든 (블랙리스트는)다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엔 민주정부가 들어서며 없어졌던 게 복원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압력을 가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양해를 구하는 건 민주화 이전엔 말이 된다”며 “그런데 이게 없어졌다가 다시 생겼는데 또 협력을 했다는 것은 꼭 법적인 처벌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역사적으로 분명히 기록을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인 김용민 씨는 문성근 씨의 이 같은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SNS를 통해 그와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제가 어디다 쓴 글에 사실관계가 잘못됐으니 바로 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별거 아니었는데 문 선배는 날카로웠다”고 되짚었다.

“고치지 않으면 그게 ‘팩트’가 되잖아”라는 그의 말에 김용민 씨는 “5.17 비상계엄으로 잡혀 들어간 아버지를 위해 펜 기록조차 못하게 했던 재판정에서 열심히 기억하고 기억하다 진땀을 빼고 눈물을 뽑던 문 선배의 일화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문 선배의 ‘기록’에 대한 관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블랙리스트에 관해 문 선배가 적극 나서는 데에는 바른 말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후배의 고통을 못 본 척 할 수 없다는 정의감도 있겠지만, 이 불의한 역사를 바로 기록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그는 “우리가 똑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또 기억하지 않으면 망각을 자양분 삼은 세력의 반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분노하고 싸우며 기록하고 기억하자”고 독려했다.

한편, 이날 문씨는 후배 김규리 씨를 언급하며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라고 꼽았다.

그는 “김규리 씨의 경우 한창 자신을 키워갈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미 세월은 흘러갔고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입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제 김규리 씨와 통화를 했는데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며 “김씨가 앞으로 더 많은 연기를 할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고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악플은 이제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