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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다 얻은 기분”…‘‘흙’으로 돌아온 ‘농부 강기갑’[인터뷰]고향 사천서 매실농사…“양극화 신음하는 이들 끌어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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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필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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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10  18:41:49
수정 2013.04.11  1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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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 go발뉴스
“집사람이 너무 행복해하고 저도 세상을 다 얻은 기분입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돌아) 가고싶겠습니까. 껄껄껄”

그는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는 이상호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이 기자의 무릎을 ‘탁’쳤다. ‘여의도 정치판’ 떠나 흙내음 가득한 고향으로 돌아온 ‘농군 강기갑’은 무척이나 편안하고 행복해보였다.

이상호 기자와 ‘go발뉴스’ 취재팀은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경남 사천으로 향했다. 사천은 강 전 대표의 전 지역구이자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강 의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사천시내에서 10여분을 달려가니 강 전 대표가 몸담고 있는 농장이 눈에 띄었다. 이름은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곳곳에 놓여진 옹기와 뛰노는 개들의 모습은 여느 농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마당 한켠에는 정겨움이 느껴지는 소담집 한 채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기자와 취재팀을 맞이하러 나온 강 전 대표는 건강해보였다. 벙거지모자와 트레이닝복 상의, 작업복 바지와 장화까지 갖춘 영락없는 농군 그 자체였다. 하얀 두루마기 차림은 아니었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긴 수염은 여전했다.

잠시 이 기자와 인사를 나눈 후 강 전 대표는 농장 한 구석에 쌓아올린 퇴비더미로 향했다. 매실농사를 짓고있는 강 전 대표는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축산분뇨로 만든 퇴비를 쓴다고 했다. 한창 발효가 진행중인 퇴비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농사 문외한의 눈에도 질이 좋아보였다.

강 전 대표가 포크레인에 올라 몇 번 손을 움직이니 퇴비 한 무더기가 금새 생겼다. 국회에서 법안을 심사할 때 처럼, 국정감사에 임하는 것 처럼 중장비를 다루는 모습이 진지했다. 경운기, 트랙터 운전도 능숙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 농부’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를 따라 농장 옆 야산에 위치한 매실농장으로 향했다. 매화나무에 피어난 작은 꽃봉오리들이 소담스러워 보였다. 쑥과 두릅같은 봄나물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자그마한 도랑에서는 비단개구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8년간의 의정생활, 후회는 없지만...”

천천히 야산을 오르던 강 전 대표와 이 기자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매실나무 한그루를 배경삼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소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봄볕이 따사로웠다. 이야기의 첫 주제는 다름아닌 ‘매실’이었다. 강 전 대표가 매실농사에 나서게 된데에는 나름대로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었다.

원래 이 농장에서는 친환경 유기농으로 단감농사를 지었다는 것이 강 전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러다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손이 많이가는 유기농 단감농사를 짓기 힘들어졌고 ‘그나마’ 단감보다 유기농 농사가 쉬운 매실을 심게됐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 기자가 “정치를 하면서 농사를 병행할 수 없었느냐”고 묻자 강 전 대표는 “국회에 들어가면서 틈틈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는데 제가 한가지 일에 빠지면 거기에 모든 것을 몰두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안되더라”며 “집에 와도 농사를 지을 시간이 없었다. 민주노동당 대표 시절에는 한달에 한번도 집에 못내려왔다”고 답했다.

   
▲ 포크레인을 운전중인 강기갑 전 대표 ⓒ go발뉴스
‘전업 농부’로 돌아온 ‘아빠’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기쁨은 컸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현역 (군인으로) 근무하는 첫째와 올해 고 3인 둘째는 나를 이해하는데 11살짜리 막내와 중 3올라간 딸은 아빠가 집에 없는 부분에 상처를 많이 갖고있었다”며 “지금은 막내가 특히 좋아한다. 집사람도 제가 의정활동할 때 평범하게 살자고 눈물로 호소하고 가정도 많이 어려웠는데 막상 내려오게 되니 본의아니게 집사람 소원을 들어준 것이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으로 살면서 ‘권위적인 면’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농사일을 하려면 이런저런 일에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농사일이라면 앞뒤 안가리고 덥석 문다. 집사람이 ‘계속 사고만 치고 대책이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느냐’고 하더라”며 “일을 하려면 의논이라도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결정) 해버리고 집사람이 (돈을 융통)하다 보니까 (불화가) 자꾸 쌓여서 한 두차례 심각한 충돌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평화는 다시 찾아왔다. 강 의원은 “저는 사고를 쳐야 반성을 하는 것 같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하나하나 반성하고 고쳤다”며 “그랬더니 요즘에는 깨가 쏟아진다. (아내와) 하나하나 의논하고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해도 집사람이 그렇게 하자는 답이 안나오면 시작을 안한다”고 밝혔다.

   
▲ 이상호 기자와 농장을 둘러보는 강기갑 전 대표 ⓒ go발뉴스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치’ 관련 이야기로 넘어갔다. “혹시 정치활동 중 후회되거나 반성되는 부분이 있느냐”는 이 기자의 질문에 강 전 대표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인생관을 갖고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든 아쉬워하거나 후회를 잘 안하는 성향”이라며 “의정활동을 뒤돌아보면 후회없는 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 전 대표는 정치인 시절 얻은 ‘공중부양’, ‘호통기갑’ 등의 별명과 관련, “제 진정성이나 국회를 국민의 품에 안겨줘야 한다는 열정 때문에 일어난 사안들”이라며 “후회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국회가 저희들끼리 만날 싸움질하는 폭력의 장이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제가 제 1호였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책임을 모른다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아쉬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내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만 한편으로는 죄송하다”면서도 “‘국회가 만날 싸움질 한다, 같은 놈들이다’ 해서 국민들이 선거 때 한쪽으로 치우치는 부분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참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꾸 다음 선거를 보지말고 현재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강 전 대표는 “병원은 무수하게 많지만 병원 문턱을 찾아가기 힘든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있지않나.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지켜주고 아픈 사람들을 보살펴 주기위해 국가가 실제 국민들의 건강을 돌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나설 계획은 없는 듯 했다. 그는 “제가 나서서 이 문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거나 반전을 기할 수 있다면 해야하는데 촌로의 신분으로 돌아온 사람이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전화로 격려하고 주변사람들에게도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농장 한켠에 위치한 토담집 종을 울려보는 강기갑 전 대표와 이상호 기자 ⓒ go발뉴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만큼 정치현안에서는 한 발짝 비껴난 모습이었다. 강 전 대표는 “사실 TV나 인터넷을 잘 안본다. 볼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 복귀여부를 묻는질문에도 “지난 9년간 모든 것을 쏟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 자신이 없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나 ‘비판정신’은 여전했다. 강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실망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를바가 있겠느냐는 우려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얼마전 발효 1주년을 맞은 한-미 FTA에 대해 강 전 대표는 “(FTA) 발효 1주년이 되면서 과일수입이 굉장히 늘었다. 해마다 관세가 철폐되는데 그러면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오렌지는 과일시장을 거의 덮을 정도로 위력이 커져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어렵다. 돼지나 소는 대가축인데 두 개의 축산업이 거의 고사직전이다. 식량위기로 인해 곡물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은 사료값 때문에 삼중고를 겪고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변에서 농사를 오랫동안 지은 사람들을 보면 많이 힘들어한다”며 “앞으로 농업부분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의도에 남은 동료, 혹은 선·후배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하자 강 전 대표는 “좋은 본보기를 보이지 못한 사람”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어조로 “우리 정치 현주소를 보면 당선되는 순간 차기 당선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쏟는다”며 “당선이 목적이 되면 불행하다.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국민의 행복, 더 많은 공동의 선을 위해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정치인”이라며 “자꾸 다음 선거를 보지말고 현재 이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대표는 “90%가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고 10%가 어려운 사람들이라면 90%에게 등을 돌리는 한이 있어도 10%의 밑바닥 사람들에게 달려가야 한다. 이것이 정치”라며 “자본주의의 가장 큰 모순이 양극화인데 양극화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라고 해도 그들에게 먼저 달려가 끌어않아야 따뜻한 정치, 상생의 정치”라는 정치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 이상호 기자와 칡을 운반하는 강기갑 전 대표 ⓒ go발뉴스
인터뷰를 마친 강 전 대표는 이내 농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매실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칡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포크레인에 올랐다. 포크레인이 땅을 휘젓자 거대한 칡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작업을 마친 강 전 대표는 이 기자와 칡을 나눠들고 터벅터벅 산을 내려갔다. 그의 뒷모습은 투박하지만 든든해 보였다. 정치인의 짐을 벗은 ‘농부 강기갑’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흙사랑 농장 홈페이지:  http://www.soillove.com
매실제품 주문 전화번호: 055-854-8383, 010-2098-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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