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13차 범국민행동이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됐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강추위 속에서도 이날 광장에는 32만 명이 촛불을 들었고,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함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을 규탄하며 특검에 영장 재청구를 촉구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대표 발언에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직무대행은 “촛불은 꺼지지 않아야 한다. 더 많은 촛불이 켜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래야 불평등한 세상, 헬조선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촛불이 가는 길은 꽃길만은 아니다. 지금이 고비”라며 “김기춘과 조윤선은 구속되었지만 삼성 이재용은 구속되지 않았다. 박근혜가 탄핵 되어도 재벌총수를 구속하지 못한다면 재벌천국 헬조선은 바뀌지 않는다. 재벌의 죄를 묻고 재벌공화국을 해체해야 진정한 촛불혁명을 이룩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또 퇴진행동의 법률팀 김상은 변호사는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뇌물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라며 “삼성 재벌이 최순실에게 준 430억이 이재용 경영승계를 위한 뇌물이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아는데 법원만 모른단 말이냐”고 질타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재벌의 온갖 추악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해온 것이 오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재용 구속은 수십년간 누적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촛불은 이미 박근혜 탄핵을 넘어 재벌총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검은 이재용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은 이재용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지휘하고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가운데, 이날 촛불집회에는 ‘블랙리스트’ 직접 피해 당사자인 <다이빙벨> 배급사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도 발언에 나섰다.

김 대표는 “오늘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구속됐다. 이들이 누구냐. 박근혜의 최측근”이라며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파문에 책임을 지고 당장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블랙리스트로 문화계를 탄압했던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와 문화예술계를 탄압했던 부역자들을 즉각 파면시키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좌천되고 사퇴당한 양심적인 공무원들은 당장 복직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예술은 다른 사람의 슬픔을 따라 슬퍼하고 다른 사람의 영혼과 융합시키는 감정이라고 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예술은 여기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고, 여기 광화문 광장에 타오른 촛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명은 촛불 조명이다.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밝히는 조명은 그 어떤 조명보다 위대하고 아름답다”며 “위대한 촛불이 있는 곳에 카메라가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설 연휴인 28일에는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는다. 대신 주최측은 이날 오후 4시16분에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차례를 지낸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탄핵, 박근혜 구속’을 위한 14차 촛불집회는 오는 2월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