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체포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당일 오전 검찰 조사를 계속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한국일보>

최순실 지시 12시간 만에 靑 수석비서관회의 열려

박관천 전 경정의 ‘최순실, 권력서열 1위’ 발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이 확보한 녹취파일에는 최씨가 2013년 10월29~30일쯤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관련 악화된 여론을 언급, 대통령 유럽 순방 전 기자회견을 열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정 비서관이 (출국 전) 기자회견을 한 전례가 없다고 하자 최씨는 ‘국무회의를 열든지 정 안되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 것’을 주문했다.

정 전 비서관이 주저하면서 ‘준비하기 힘들다’고 하자 최씨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준비하라’고 정 전 비서관을 다그쳤고 이에 4주째 열린 바 없는 수석비서관회의가 12시간 뒤에 실제로 열렸다. 그 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역시 선생님 말씀대로 해서 잘됐다,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 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을 모른다는 것은 서로 알고 지내는 지인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은 아니라고 답변한 뒤 입을 다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순실, 靑 ‘쥐락펴락’…김기춘은 ‘대리통치’”

그런가하면 <한겨레>는 “최씨가 청와대의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근혜식 유신통치’를 적극 집행하는 구실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김기춘은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등과는 한참 달랐다”며 “이들이 별다른 실권 없이 시키는 일만 했다면 김기춘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문고리 3인방과 서로 존중하며 움직였고,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운영 과제를 대통령에게 말해 관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8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특집 공개방송에서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토대로, “실제 내치, 외교 의사결정은 김기춘 전 실장이 중심이 돼서 다 했고,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써준 원고 읽으면서 예쁜 옷이나 입고 예쁜 머리나 만들고 잠자는 약이나 먹고 그렇게 한 거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경우에는, 대면 대신 전화로만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안 전 수석의 처지에 대해 “‘깨알같이 쓰라’는 말에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두서없는 지시를 정신없이 받아 적고 있는 안 전 수석에게, 박 대통령은 ‘쓰고 있느냐’며 미심쩍은 목소리로 재차 채근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朴, 안종범에 미르-K스포츠 관련 위증 지시”

안 전 수석은 이런 ‘전화통화 받아쓰기’로 510쪽 분량의 수첩 17권을 남겼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이 남긴 수첩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위증 지시를 한 정황도 담겨있다.

<SBS>는 “안 전 수석이 지난 10월 중순 K스포츠와 미르재단 관련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 두 재단의 문제에 대해 대면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면서 “이 때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듣고, 업무 수첩에 전경련 주도 동그라미, 청와대 관여 가위표를 썼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두 재단에 대한 모금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결정했고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란 지시가 내려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강제모금이 아니었고, 재단 인사에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청와대는 주도하지 않고 협의만 했다고 말하라는 지시도 있다”면서 “결국,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수석비서관에게 위증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이에 대한 특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