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번 외출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35일만이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박사모’ 회원 등도 박 대통령을 환영하고 위로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미디어몽구’ 김정환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박근혜 대구 서문시장 방문 현장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김씨가 공개한 영상에는 서문시장 상인들이 “박근혜”를 연호하며 “힘내라”고 박수와 환호 심지어 만세를 부르는 박사모와 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한 상인이 “불난 집에 사람들 마음 아픈데 이게 뭡니까. 대통령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고.. 이러는 거 아니다”고 따지자, 박사모 등 회원들은 “불났는데 (박 대통령이)상인들 위로하러 와줬는데 얼마나 고맙나”, “불난 거는 불난 거고. 건물은 다시 지으면 되고”, “자기네들은 보험 타먹으면 되잖아”라는 등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상인들의 항의에도 이들이 오히려 고성을 지르며 반발하자, 화재가 발생한 4지구의 상인대표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상인들도 안 만나보고 가는 대통령이 어디있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박사모가 아무리 (박 대통령이)좋아도 여기는 박수치고 하면 안 되는 장소다. 지금 760개 점포가 길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에서 여기서 박수를 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상식에는 저런 상식이 없는거다. 박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저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나던 한 대구시민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저게 뭐냐”며 “저는 (서문시장과)아무 상관도 없지만 가슴이 아프고.. 대구 경제가 개판이다. 서문시장에 장사하는 사람들 빚내가지고 장사하는데 불난 데 와가지고 저게 뭡니까”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자,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760개 점포가 길바닥에 나앉게 됐는데 박수를 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상인대표의 말을 인용, “300명 넘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박근혜를 칭송했던 사람들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인간의 도리’는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지역여론을 확인하고, 이를 기점으로 정치적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범죄자 박근혜씨! 당신의 정치적 고향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이제 더 이상의 ‘쇼’는 안 통한다”면서 “발악하지 말고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앞서 <뉴스타파> 박대용 기자도 “서문시장에서 또 박사모 손잡고 사퇴 반대 여론 확인하고 가는 분위기 연출할 듯”이라고 점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