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청구한 백남기 농민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됐지만 경찰은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백씨 사망과 관련, 민‧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책임 소재를 밝히는 차원에서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백씨의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뇌손상이 분명함에도 경찰이 부검을 하려는 것은 진실규명 보다 사실은폐를 위한 시도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살수한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며에 빠져있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만에 사망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비디오 영상과 병원 기록이 있는데, 왜 부검을 하려는 것인가?”라며 “이 시점에 고인의 시신을 부검해 도대체 무엇을 밝히겠다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조국 교수는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했던 검경의 전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검경에 “이런 헛짓거리 할 시간과 정력이 있으면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착수해라. 최순실, 안종범, 이승철, 정동춘 등 신병 확보하고, 전경련과 두 재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하고”라고 질타했다.

그런가하면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부검을 실시할 경우, 피해자인 백남기 선생이나 그 유족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은 참여할 방법이 없다”며 검경의 부검 요구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검증을 할 때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 따라 검사, 피의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며 “검증에 유족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판사는 “문제는 이 사건의 피의자가 바로 경찰이라는 점”이라며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인 검사, 피의자, 변호인 중에서, ‘피의자’는 경찰이고, ‘변호인’은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경찰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한 고발사건을 접수하고도 300일이 넘었는데 제대로 되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검사가 이 사건에서 ‘피의자’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렇게 이루어진 부검의 결과가 진실규명보다는 사실은폐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백남기 선생님에 대한 부검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인은 불법으로 머리를 겨냥한 근접직사 고압물대포로 인한 뇌손상인데.. 뭘 또 확인하나?”라고 지적했고, 서해성 교수도 ‘부검기록’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경의 부검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직격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고 있어도 ‘국가살인‧폭력’ 책임자들은 사과한마디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백남기 농민 사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해)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람을 죽였어요, 물대포로.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요. 사인을 확인해야 한다고요? 사람을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요. 시신을 가져가겠다고요? 아이들을 밟고서.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요”라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