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에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대통령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며 “김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들 중 사실로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해임건의안은 그것 자체로 부당한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재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한 자리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해임건의안 수용거부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에 대한 국민경고를 거역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국민의 민의를 거부하고 오기와 억지를 부리겠다는 말이냐”며 “전례 없는 해임건의안 수용 거부는 또 한 번의 국민 민의에 대한 거부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부적격 인사의 장관 해임을 막기 위해서 혼연일체가 되어 국회의 정상적인 안건 처리를 방해하는 어제 본회의장의 모습은 국회법 위반에 가까운 부끄러움의 극치였다”고 질타했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국무위원의 식사시간을 보장해달라며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방해라며 맞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새누리, 해임건의안 상정 막으려 국무위원 동원 ‘필리밥스터’…“국회 희화화”

전날, 새누리당은 야당이 추진하는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함께 사실상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의원들 질문 시간을 줄이고 국무위원들 답변을 길게 요구한 것.

이날 오후 7시 50분경에는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못하고 있다”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세균 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해 본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국무위원들의 식사 시간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를 시도한다는 뜻에서 ‘필리밥스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은 무자격 장관과 대통령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총리와 국무위원을 동원해 대정부질문을 개그 프로그램으로 만들며, 국회를 희화화 시켰다”며 “국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맹질타했다.

심 대표는 또 새누리당이 야당의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을 ‘힘자랑’ ‘갑질’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특위, 서별관 청문회, 사드 특위, 우병우 특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실패와 정권 실세들의 비리를 엄호, 은폐 하느라 국회를 무용지물로 만든 정당이 힘자랑과 갑질을 들먹인다”고 꼬집었다.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자료를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자정을 3분여 앞두고 차수를 변경하고 대정부 질문을 중단시켰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총 170명이 무기명 표결에 참여, 찬성 160명 반대 7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애초 야3당 공조로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했지만 국민의당은 일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공조에서 빠졌다. 하지만 막판에 해임안 통과 쪽으로 급선회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 SNS를 통해 “대통령의 야당 비난 발언과 본회의 당일의 새누리당 의사당 태도와 장관들의 필리버스터는 우리당 의원들의 분노를 유발시켰고 김관영 수석과 저는 의원들을 전원 본회의 참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