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이 이화여대 사태와 관련해 “주동자를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학생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1일 입장문을 내고 강 청장에 “‘감금’, ‘처벌’ 등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학생과 학교 사이의 평화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강신명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학내 문제라고 해도 감금이라는 범죄 행위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채증 자료를 분석해 감금 행위의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의 이 같은 발언에 학생들은 “이는 소통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평화적인 시위를 매도하는 발언이며 학교와 학생들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비평화적이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당시 점거농성 상황과 관련해 “30일에 있었던 이화여대 학생들과 평의원들의 대치 상황은 학교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소통창구가 전무했던 학생들이 평의원회 의결과정의 졸속 진행을 막기 위해 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고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 <사진제보=이화여대 재학생>

학생들은 “그동안 경찰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학내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캠퍼스 안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걸 자제해왔다”는 강 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2008년 이화 122주년 창립 기념일에 수상자로 선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경호하기 위한 경찰인력이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평화롭게 시위하던 학생들을 일부 연행해가고 부상을 입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2015년 제 50회 전국 여성대회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대규모 ‘사복경찰’이 학내에서 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무력으로 막아서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이대 방문한 朴대통령, 학생들 반대 시위에 후문으로 입장>

특히 학생들은 강 청장의 ‘주동자’ 발언과 관련해, “우리 모임에는 경찰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주동자’가 없다”며 “우리는 누군가의 주도로 결집된 것이 아니라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이화인들이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주동자”라며 “경찰은 책임을 뒤집어씌울 인물을 우리 가운데에서 특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화여대 졸업생 이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측이 제시한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 당위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이씨 “‘고졸여성’에게도 이대 졸업장을 쉽게 준다고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다”며 “오히려 더 많은 여성들이 이화에서 공부하고 내가 느꼈던 자유와 해방감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그런데)‘고졸 취업 여성’은 뒤늦게 대학문을 밟아도 문학이나 철학, 여성학이나 정치학이 아닌 뷰티와 웰니스를 전공으로 선택해야만 하나?”라며 ‘관련기사를 모조리 찾아봐도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뿐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졸업생은 그러면서 “우리 학교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나처럼 납득 안 가는 이화인들이 굉장히 많은가 보다”며 “재학생과 졸업생이 한목소리로 의문을 품는다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학교는 이 사업의 당위성을 만구천 재학생과 수십만명의 졸업생 앞에서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평의원회가 열리기까지 학내 교수들의 동의는 얼마만큼 얻었는지도 의문”이라며 “민주적 절차는 이 사업의 콘텐츠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