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중국 내 북한 식당을 집단 탈출해 국내에 입국한 종업원 12명을 법정에 출석시키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낸 ‘인신보호 구제심사 청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조선일보>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하면서 ‘민변이 북한의 주장을 대변, 북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협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은 “(민변이)지난달부터 국정원을 상대로 탈북 종업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다가 거절당하자 해외 친북 성향 인사들이 평양에 가서 받아온 종업원 가족들의 위임장을 건네받아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5월24일)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말을 인용, “(민변이)인권 가해자인 북한 당국의 편에서 인권 피해자인 탈북자와 그 가족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또한 “북한 당국이 이들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가 사실 그대로 진술하기가 어려운데도 이를 강제하는 것은 심대한 인권 탄압”이라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주장도 함께 실었다.

해당 보도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지난 총선 직전 정부가 급히 공개했던 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을 기억하나”고 상기시키며 “오늘자 조선일보 1면을 보고 총선 직전인 지난 4월9일자인가 착각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통일부가 제공한 사진을 <조선>이 이날 또 다시 1면 톱으로 쓴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며, ‘조선이 민변을 종북으로 몰며 국정원 구하기에 올인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변 이광철 변호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의 이 기사를 보니 국정원이 탈북자들(전부 또는 일부)의 의사에 반해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공작(operation)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정황을 더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해태경이나 조선일보의 입을 빌려 국정원은 민변이 북에 남겨진 탈북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 한다”며 “그러나 그 탈북자들이 중국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힌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국정원 자신이었다. 자가당착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법원이 애초 인신구제신청에 위임의사가 불명확하여 각하하려 했다가 기일을 연건 북에 남겨진 가족들의 위임 의사가 신빙할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법원이 기일을 연 데에는 그럴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탈북 종업원들 대신 변호인을 법정에 대리출석 시키는 것과 관련 이 변호사는 “법원이 이렇게 기일을 열었다면 국정원은 탈북자들을 판사 앞에 출석시켜 그 진정한 의사를 확인시키면 된다”며 “그렇지 않고 탈북자 본인이 아닌 변호사를 대리 출석시키는 건 의혹 해소가 아니라 의혹의 증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들의 경우 ‘인신 구제 청구대상에 해당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들 탈북민들이 그들의 자유의사에 의해서 입국한 것으로 현재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해서 적법한 보호과정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 “이들 탈북민들이 법원 출석에 응할 지 여부는 관계기관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하며 “법원의 심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