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에 대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이나 ‘특별융자’가 맞는 표현”이라며 “뜬금없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경제시스템 전체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량 확대를 통해 구조조정, 소비확대, 임금인상 및 고용확대 등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고려나 대책도 없이 ‘양적완화’를 갖다 붙이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기업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해당산업의 위기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해당 기업의 오너와 주주들의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 등에 대한 구체적 진단과 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이러한 선행조치 없이 중앙은행을 통한 ‘묻지마 자금지원’을 한다는 것은 또다른 위기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고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논평으로 내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기업들의 부실을 구제하는 ‘특혜금융’으로, 기업들이 경영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았으니, 혈세로 지원해주자는 것”이라며 “묻지마 특혜 구제금융”이라고 반대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추가경정 예산을 여소야대 국회에서 원만히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려는 술책”이라며 “눈속임 조세부과”라고 ‘꼼수’로 규정했다.

이들은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주요국책은행으로서 리스크 관리에 충실했어야 했지만 그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관리기업의 경영진의 자리는 논공행상 혹은 관피아 낙하산의 몫이었다”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그 결과 빚잔치만 남았고, 부담은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갈 판”이라며 “사회적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오히려 임직원 수를 늘리고, 성과급잔치를 벌인 것도 빈축을 살만하다”고 성토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부체비율이 7300%를 초과했고, 향후 3년 이내, 조선업계 빅3에서만 4~5만 여명이 실직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어떤 구조조정인가와 누구를 위한 구체책인가에 대해 물어야 한다”면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남발해 국책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적어도 위험을 공평하게 나눠 분담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는 “힘들게 국민혈세로 마련한 ‘실탄’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과중한 리스크를 떠넘기는데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비용은 사회로 떠넘기고, 이익만 챙기겠다는 대마불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땜질처방과 단절해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부실기업들의 경영실패와 국책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실패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 동의 또한 절차적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10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바른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원칙과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현재 정부의 구조조정안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치금융 관행을 답습하는 것으로 또다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민들에게 희생과 책임을 전가하게 될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

▲ 126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2016 세계노동절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조조정 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