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 베트남 방영을 앞두고, 현지 기자가 자신의 SNS에 ‘한국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드라마’라며 <태양의 후예> 베트남 방영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겨레>에 따르면, 베트남의 한 일간지 쩐꽝티 기자는 지난 27일 “누가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에서 일본군을 찬양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생각이나 하겠는가”라며 “언젠가 베트남 방송에 한국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오욕!’이라는 글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당글을 통해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독립된 지휘권을 지니고 참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설령 한국군이 베트남에 동맹국의 자격으로 왔더라도 민간인 학살은 부끄러운 일이며 전세계 어떤 군대의 경우라도 그것은 죄악”이라고 꼬집었다.

쩐꽝티 기자의 해당 게시물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9만 건 가까이 공유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당 글에 대한 베트남 젊은이들의 반응이 자신을 놀라게 했다면서 이는 “드라마를 비난하는 태도가 아닌 역사적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소통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쩐꽝티 기자는 “20세기 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약자가 강자의 희생자가 된 역사였다고 본다”며 “그 약자가 강해지면 과거에 자신들이 희생자로서 당했던 것을 다른 약자들에게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일본과 한국, 한국과 베트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현대인이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자는 <태양의 후예>의 베트남 방영과 관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학살 당한 베트남 민간인들이 텔레비전에서 한국군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은 다시 한 번 통곡의 눈물을 쏟을 것”이라며 “원통한 영혼들이 평온을 되찾고 환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한국의 인정과 참회, 그리고 사죄의 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를 덮어둘 수 있고 우애와 인류애를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양의 후예>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쩐꽝티 기자의 이 같은 발언에 국내 네티즌들은 대체로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네티즌 ‘li***’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숨길 수 없는 우리 역사”라며 “위안부 문제, 우리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다. 베트남에 우리도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 ‘쟈스민***’는 “베트남 국민 입장에서 저런 반응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며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다. 그리고 부정도 하지 마라. 그 건 일본이 조선의 침략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한국정부는 베트남전쟁 참전과 양민학살에 대해 베트남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관련 보상도 해야 한다”, “백번동감.. 역지사지라 하지 않나?”, “대다수 국민들은 모르는 사실이죠. 우리도 이제 나서서 이들에게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요?”, “많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의 반성이 없다면 일본의 반성도 기대할 수 없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한편, <스포츠월드>에 따르면, 제작사 뉴(NEW) 측은 해당 드라마가 한국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드라마는 아니다며 “이 논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까봐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