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14일에 열린 ‘1차 민중총궐기대회’ 관련자들에 대해 ‘소요죄’ 처벌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각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대표들을 소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소요죄에 대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법 제115조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5.18 광주민주항쟁이나 1986년 인천 5.3항쟁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적용된 ‘소요죄’ 까지 꺼내들자 “공안독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2차 민중총궐기 및 농민 쾌유 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서울대병원이 있는 대학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지금이 군사독재 시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욱이 5일 평화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마당에 안면을 싹 바꿔서 고물상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소요죄를 꺼내 든 것은 평화집회가 정착되길 바라는 국민여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소요죄 적용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논평을 내고 “경찰의 이번 소요죄 적용검토 주장은 테러방지법 등 일련의 공안악법을 입법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면서 “실제 적용여부도 불분명한 소요죄를 언론에 공표해 이번 민중총궐기대회가 ‘불법‧폭력집회’였다고 선전함으로써 공안입법을 위한 그들의 주장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박주민 변호사는 <한겨레>에 “기본권 행사인 집회·시위를 하다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과 폭동을 전제로 한 소요죄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며 “집회를 범죄행위로 전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헌법에 반할 뿐 아니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NS상에서도 성토가 잇따랐다.

이재화 변호사는 “경찰의 창조적 법해석이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고, MBC 이상호 기자는 “국민과 전쟁 고집하는 정권, 괜한 소요 만들지 말고 소요산 소풍이나 다녀오길”이라고 냉소했다.

정호희 전 민주노총 대변인은 “평화시위 프레임에 제1 야당의 야합은 묻히고, 민주노총은 소요죄를 뒤집 쓰고,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 갇혔다.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라고 개탄했다.

▲ 조계사에서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화쟁위원회를 방문한 후 자신을 격려차 찾아온 백기완 선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법 개악이 저지될 때까지 당분간 조계사에 더 머물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7일 오전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천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며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