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당과 ‘테러방지법’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비난에 직면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여야 협상에서 그 동안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관광진흥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테러방지법의 경우, 대통령 직속의 ‘국가테러대책회의’를 구성하고 국정원장 소속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도록 해 국정원이 대테러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사회 등은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꾸준히 개혁을 요구받아온 국정원에게 테러방지법은 오히려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는 3일 “지역구 예산 받고 테러방지법 내준 새정치연합”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국회 문턱을 넘어서는 안 될 ‘악법’을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이 가장 큰 문제지만, 여기에 동의해준 새정치연합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사설은 “새정치연합은 해당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고 전하면서 “사정이 변한 게 전혀 없는데도 덜컥 합의해 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기국회 내 테러방지법을 처리하기로 여당과 합의한 데 대해 당내 반발을 사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부여당과의 합의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이는 우리 당의 정체성을 해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테러 방지라는 어젠다가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당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집권을 준비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안 정당으로서 대테러에 적극 당의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야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를 두고 <한겨레>는 <이종걸 “테러방지법 적극 추진”…섣부른 길터주기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번번이 여당에 밀렸던 ‘안보 프레임’에서 수세적으로만 대응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여론을 의식한 야당의 섣부른 변신이 ‘국정원강화법’, ‘국민감청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도 함께 전했다.

<한겨레>는 “인권·시민단체들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 새로운 대테러 조직을 신설하기 전에 기존 대테러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여야가 각 기관의 대테러 전담조직의 구성과 운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사실상 국정원이 다른 기관들의 테러 업무를 주도하는 길을 터줄 수 있다’며 반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