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강연 동영상으로 논란이 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에 대해 그의 가계도까지 털어 비판하자 <한겨레>, <경향> 등이 <조선>의 이 같은 보도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은 지난 20일 “한만년, ‘막내아들 생각하면 화 치밀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 교수의 아버지인 고(故) 한만년 일조각 사장이 막내아들인 한 교수를 걱정하면서 쓴 과거 칼럼이 화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 사장이 1989년 7월 20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 교수에 대해 “아비가 새삼 발견한 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프게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미련한 인간 그것이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 기사 말미에는 한홍구 교수의 가계도까지 나열해 놨다.

▲ <이미지출처=조선닷컴>

<조선>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한겨레>는 21일 사설을 통해 “팩트도 품격도 외면한 ‘한홍구 마녀사냥’”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설은 “(조선의) 기사는 한 교수가 인격 파탄의 철부지라고 강조하려는 듯하다”며 “(그러나 이는) 실제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내용이 기사로 다뤄질 만한 것인지, 그것도 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기사만 모은 지면에 실릴 내용인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TV조선>이 한홍구 교수의 과거 강연 동영상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한 교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죽였어야 했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한 것은 “‘팩트’(사실)를 왜곡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어 해당 강연은 한 교수가 1년 전에 한 강연인데다, 동영상을 학교에서 상영한 것도 두달 전 일인데 <조선>이 이제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짐작할 만하다”며 “지금 와서 떠들썩하게 마녀사냥에 나선 데는 이제 막 논란이 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호도하려는 의도가 있었음 직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때마다 진보성향 인사를 한 사람씩 표적으로 삼아 막무가내로 칼을 휘두르는 ‘빨갱이 사냥’은 조선일보에서 종종 봤던 일”이라며 조선에 “그런 짓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고 일갈했다.

▲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 'go발뉴스'

앞서 <경향신문>은 20일자 <세상읽기> 코너에 “조선일보와 한홍구 교수의 싸움”이란 제목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칼럼을 게재했다.

오 사무국장은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는 한홍구의 가계도까지 털어냈다”고 지적하며 <조선>이 한 교수의 조부 한기악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오 사무국장은 한 교수의 조부 한기악 씨가 일제시대 조선일보의 최장수 편집국장이었는데도 22세 때의 동아일보 관련 경력만 적어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다며 <조선>은 한홍구 교수가 조선일보 황금기를 이끌었던 한기악의 손자라는 사실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교수가 형제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서도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시콜콜한 사실을 따지는 이유는 (‘빨갱이 사냥’으로 정평이 나있는 조선일보가) 바로 이런 식으로 칼을 휘두르기 때문”이라며 “때론 교묘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