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뉴시스>

MBC가 기자·PD·아나운서 등으로 구분된 직종 폐지 움직임을 보여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회사가 조합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직종을 강제 폐지해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을 침해하려 시도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며 강력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노조)가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사측은 7일 노조에 “직종 폐지 방침에 따라 인사규정 가운데 직종의 정의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존인사규정상 MBC의 모든 직원들은 ‘기자/카메라기자/편성 프로듀서/TV 프로듀서/라디오 프로듀서/아나운서/미술/제작카메라/방송기술/방송경영/시설/IT·콘텐츠관리/기타’로 직종이 분류되어 있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제시한 개정안은 국장·부국장·부장·사원 등 4개 직급으로 나누고, 나머지는 직종의 구분 없이 일반직·촉탁직·연봉직·업무직으로 구분하고 있다.

▲ <이미지출처 = MBC노보 193호>

이에 대해 노조는 “이번 인사규정 개정을 통해 MBC에는 기자도, 프로듀서도, 아나운서도, 공식적으로는 다 사라진 셈”이라며 “대체 어디까지 MBC를 망가뜨릴 작정인가? 전문 방송인력으로서의 자아는 벗어던지고 오로지 상사와 부하 관계로만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 규정하길 바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측의 사규 개정 시도에 대한 배경으로 부당전보무효소송에서의 연이은 패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는 “현 경영진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유배’ 인사를 수시로 자행하는 데 있어서 ‘직종 구분’이 뭔가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 직종 구분을 없애면 위법한 부당 전보조치가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이사회 의결을 이틀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기습적으로 통보해 온 ‘직종 폐지 사규 개정’에 조합은 향후 부당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웹툰 해고’ 권성민 PD에 대해 재판부는 해고무효 판결을 내리고 사측의 부당전보에 대해서도 “예능PD로 입사한 권PD가 예능국 또는 유사한 직종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리라는 점에 대한 상당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므로 경인지사 발령으로 인한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또한 MBC는 권PD 외에도 여러 차례 부당전보 소송에서 70여 명이 ‘회사의 임의적인 전보 발령은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노조는 “이번 사측의 ‘직종 폐지’ 폭거에 대해 조합은 향후 부당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합은 취업규칙변경무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함과 더불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측을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소식에 MBC 이상호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심한 MBC 경영진, 자신들 자리를 보전해 보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군요”라고 꼬집었고, 김진혁 PD는 “마음에 안드는 피디나 기자를 경영진 마음대로 다른 일을 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네요”라며 “MBC 콘텐츠의 질 저하를 불러올 거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