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한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보호하려다 집시법 위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20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유정(34), 이덕우(58), 송영섭(42), 김태욱(38)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회를 방해하는 경찰을 체포하려 한 행위가 ‘체포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벌금 150만원~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는 집회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기소된 권영국(52)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일반교통방해죄와 모욕죄에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 재판부는 민변이 집회 신고한 장소에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한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이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민변 소속 권영국, 이덕우, 김유정, 송영섭, 김태욱 변호사와 변론을 한 동료 변호사들이 "무죄"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요요천사(시민활동가)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민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 경찰이 집회 장소를 침범하며 줄줄이 늘어놓은 ‘질서유지선’은 위법한 것이며, 경찰 자체는 ‘질서유지선’으로 인정될 수 없음이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법원은 경찰이 대한문 앞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위들이 집시법상 적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면서 특히 “자연인인 경찰이 ‘(유인) 질서유지선’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향후 경찰이 집회 현장에서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행하는 무분별한 집회 방해 행위를 제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준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어 “그러나 법원이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위법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 및 그 결과 4인의 변호사들이 체포미수죄를 범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시사했다.

이들은 “시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공권력의 행사는 적법하지 않으면 위법한 것이지 그 중간 지대는 있을 수 없다”면서 4인의 변호사에 대해 ‘체포미수죄’로 유죄를 인정한 것에 대해 “항소심에서 분명히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더 나아가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향후 시민들의 집회를 방해하고 훼방한 경찰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해 나갈 것”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기소해야 할 자들은 기소하지 않고, 기소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에 대한 무분별한 기소를 일삼은 검찰은 잘못을 인정하고 변호사들에게 사죄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