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문환 이사장을 만나 <MBC>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드러나며 ‘강용석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디어오늘>은 강용석 전 의원과 일반인 A씨가 2013년 12월 경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입수, 강 전 의원이 김문환 당시 방문진 이사장과 골프를 치는 자리에서 ‘출연 청탁’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강 전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이 대학원 시절 교수인데 이 양반이 골프치자해서 무조건 갔죠”라며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저를 출연시키자 하는데 예능국장이 틀었다고 꼰질렀죠. 그랬더니 자기가 전화해준대요”라고 적었다.

▲ <사진제공 = 뉴시스>

A씨가 “접대하느라 수고했네요”라고 답변하자, 강 전 의원은 “접대는 아니고 돈은 KT 부사장이 법인카드로”라고 적었다.

강 전 의원과 김문환 당시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만약 카카오톡으로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는 공영방송사 대주주가 친분을 내세워 프로그램 출연자 선정에 개입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당사자들이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2013년 12월 당시 ‘라디오스타’ 연출을 담당했던 전성호 PD는 “강용석씨 섭외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임기를 마친 김문환 전 이사장은 <미디어오늘>이 ‘강 전 의원과 골프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이사장은 “그 친구(강용석)는 아주 가까운 내 제자”라고 부연한 뒤 “골프 치는데 사람이 하나 부족해서 불렀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의 출연 청탁에 관한 질문에 김 전 이사장은 “그런 얘길 왜 나한테 하나. 내가 그럴 힘이 있나”라고 부인하며 “그 사람(강용석)은 그런 거(청탁) 할 사람은 아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기사 말미에 “그러나 강 전 의원이 A씨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과장을 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자신의 SNS에 해당 기사와 관련해 보도 여부를 고민했다고 밝히며 “사적인 내용이지만 대화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고 공영방송인 MBC 대주주 방문진의 이사장이 프로그램 출연자 청탁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 이상 묻어둘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과 보도의 분리 원칙에 모두 어긋난다”며 “윗선의 전화 한 통으로 출연진 교체가 결정된다는 건 MBC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가 하는 반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