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성전환자에게 바뀐 성별을 입증할 수 있는 ‘성기 사진을 제출하라’고 명령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당사자가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위의 수장으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사진제공=뉴시스>

30일 ‘go발뉴스’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3년 서울지방법원 보정명령 등본’을 보면 이 후보자가 서울지방법원장 시절 성전환자가 낸 ‘성별정정신청’에 대해 성전환 신청인의 ‘여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추었음을 소명하는 사진’ 2장 이상을 제출하는 명령을 ‘판사 이성호’ 명의로 낸 바 있다.

성전환자는 가족관계등록부 상의 성별란에 기록된 출생당시 성을 전한된 성으로 변경하기 위해 법원에 ‘등록부정정허가신청’을 하게 되는데 당시 신청자에게 이 후보자는 규정에도 없는 가장 내밀한 부위인 ‘성기사진’을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성전환자의 성별전환 신청은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 등을 제출하도록 돼 있을 뿐 직접 성기를 판사가 확인해야 할 어떠한 지침도 없다.

이 후보자는 성전환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권 침해소지가 다분한데도, 법원이 요구하면 신청인들이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권위를 이용해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 2007년 국방부가 ‘징병신체검사’ 등에서 성전환자의 성기 사진과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에 대해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을 권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2008년 1월 규칙을 개정해 ‘성전환자는 신체검사를 서류로 대신 하도록 했다.

▲ 이 후보자가 지난 2013년 서울지방법원장 재지시절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청구에 증거자료로 성기사진 제출을 요구한 보정명령서 일부 발췌. <자료제공=정의당 정진후 의원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보정명령 6년 전에 이뤄진 사항임에도 이 후보자는 지난 2013년 법원의 권위만을 이용해 인권 침해적 요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의 인권침해 권고 수준에도 못 미치는 행위를 한 당사자가 국가인권위의 수장 자리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부분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내달 11일 국회에서 진행된다.

한편, (사)한국성폭력상담도 여성주의 상담팀 이혜정 주임은 이날 ‘go발뉴스’와 통화에서 “성별을 변경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