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후 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김상곤 위원장을 위시한 혁신위원회를 꾸린 지 딱 두 달이 지났다.

혁신위 활동기간이 9월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딱 반환점을 돈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27일 취임 일성으로 “계파모임 청산하라”는 첫 번째 혁신안을 내놓은데 이어 두 달이 지난 28일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친 혁신안을 내놨다.

그 중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사안은 총선에서 실질적인 절대권한을 가지고 있는 당직 중 사무총장제를 폐지한 것과 5본부장 체제로 개편한 안 그리고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정수 조정 및 권역별 비례대표 확대 방안이다.

새정치연합은 혁신위의 당 사무총장제도 폐지안을 받아들여 1차 당무위원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됐다. 이에 따라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최재성 사무총장은 직을 내려놓고 총무본부장으로 당직을 변경했다. 또 민생본부장을 포함한 5본부장을 인선, 현재 조직이 가동 중이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 및 권역별 비례대표 확대를 골자로한 혁신위의 5차 혁신안은 그야말로 정치권을 ‘불쏘시개’로 뒤집어 놓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6차 혁신안은 ‘공정한 민생’을 당정체성으로 하는 안을 내놨다. 혁신위는 남은 활동 기간 동안 내놓을 혁신안이 지금 보다 더한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혁신위원들. <사진제공=뉴시스>

“사무총장제 폐지‧국회의원 정수 조정, 전략의 실패”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안 중 사무총장제 폐지와 국회의원 정수 조정 및 권역별 비례대표 확대 안에 대해 일각에서도 “정치적 센세이션을 일이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국정원 해킹 이슈가 모든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이 시점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청와대를 도와줄 일 있냐.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서라도 전략적으로 엄청난 실패였다”는 원망이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go발뉴스’는 제1야당 체질 개선을 위해 출범한 김상곤 혁신위의 중간 평가를 위해 새정치연합의 원로인사와 계파색이 옅은 의원, 전문가, 새정치연합을 오래 출입한 기자 등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결론적으로 새정치 혁신위 중간 평가는 낙제점을 면키 어려워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의 공통된 견해는 혁신의 주체는 결국 혁신위안을 수용하는 새정치연합 내부 의원들의 문제의식과 자세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들이 혁신위란 위상하고 맞는지 잘 모르겠다”며 “메시지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너무 벌려 놓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혁신위의 소통 부재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았던 이상돈 교수나 김종인 교수는 활발하게 토론을 했다”면서 “그런데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은 가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의견을 쓰고, 발표하고 끝내는 데 이런 모습은 좀 별로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애초부터 혁신위에 별 기대 안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도 “당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해야 할 일을 혁신위가 대신 해준 것 밖에 안된다”며 “애초부터 혁신위에 기대를 안했다”고 좀 더 박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계파갈등이 아니었냐”고 반문하면서 “문재인 대표가 이런 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당을 끌고 갈 것인지, 어떻게 대선 후보가 될 것인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 혁신은 문 대표가 실천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가 이런 것들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고 혁신위에게 넘겨준 것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혁신위에도 “한 두 개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데 그동안 혁신위가 내놓은 안들은 기존에 나온 얘기들을 나열한 것 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당을 수습하는 역할도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당이 바뀐다고 설명하는 것”이라며 “기왕 할 거면 차라리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따라오라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안 현실과 동떨어져…결국 혁신 주체는 문재인 대표”

새정치연합을 오래 출입한 기자도 “혁신위가 지금까지 내놓은 안들은 나름대로 평가할 부분도 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들이 많다”면서 “사실 정당조직을 강화해야 하는데 지금 혁신위가 내놓은 안들은 정당을 강화시키는 안인지 의심스럽다. 사무총장제 폐지나 5개 본부장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에서 내놓는 안이라는 게 내부 실정과 안 맞는 것도 있고, 반정치적인 것도 있다”면서 “기존의 정치를 무조건 악으로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안티체제로 해서 안들을 내놓은 것 같다. 정치적 센세이션을 통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혁신을 외부인사에 맡긴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할 능력이 안 되니까 외부에 맡긴 것인데, 결국 혁신의 주체는 대표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은 사무총장제 폐지하고 5개 본부장 체제로 바뀌니까 결국은 이 또한 인사가 계파 나눠먹기로 갔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문재인 대표도 당내 계파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정면 돌파하지 않고 애매하게 가는 것인데 결국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다”고 가혹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문 대표가 당내 분당, 신당을 각오하고라도 지금 ‘분당, 신당’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해당행위 하는 의원들을 쳐내야 한다”면서 “대신 당조직을 강화하고, 내년 총선 때 당 외연을 확대할 만한 인사들을 면밀하게 물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정치 내부 “지금 시점에서 특별한 혁신안 기대하는 게 무리”

당의 원로인사는 가급적 혁신위를 비판하는 발언을 자제하긴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혁신안 자체가 대단한 게 나올 수는 없다”며 “결국은 혁신의 의지가 우리당 전체 의원들에게 얼마나 있냐가 중요하다. 당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혁신안을 자신의 과제로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라면서 결국 문제해결의 키를 당 내부로 돌렸다.

한 의원도 “지금까지 혁신위에서 나온 안이 혁신적인 안인지는 모르겠고 무난하다”면서 “당을 개혁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당을 개선 해 나가는 정도에 그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은 혁신위가 져야 할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정치적 책임 때문에 무난한 안이 나오는 것 아닌 가 생각한다”며 “다만, 우리당 의원들 스스로가 혁신할 능력이 안 되서 외부인사에 권한을 주고 맡겼으면, 거기에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