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메인 뉴스 프로인 <뉴스9>에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오보’를 내고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KBS는 <뉴스9>에서 단독보도로 ‘북한발 메르스 악성코드’ 의혹을 제기했다.

이메일에 첨부된 ‘메르스 병원 및 환자 리스트’란 문서파일을 실행하면 북한에 연결된 악성코드를 내려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 KBS <뉴스9> 화면캡쳐.

KBS의 단독보도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배포한 ‘메르스 관련 스미싱·악성코드 주의 당부’ 보도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보도자료에 악성코드와 북한과의 연계가능성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KBS는 “이 메르스 악성코드를 북한이 만들었거나 뿌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악성코드의 IP가 북한 IP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KBS 보도 이후 지난 14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논평을 통해 “모략악담이며, 전염병 사태까지 동족 대결에 악용해 보려는 극악한 도발 망동”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KBS가 보도한 악성코드는 북한 소행이 아닌 국내의 한 보안업체가 정보보안 교육에 쓰기 위해 만든 교육용 샘플파일이었다는 사실이 보도 이후 밝혀졌다.

진흥원은 사이버 보안 전문가(K-Shield)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협력사가 만든 파일이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공영방송 KBS는 진흥원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악성코드의 IP가 북한이라는 점만을 확인하고 섣부르게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16일자 지면에서  “보도자료를 뿌린 진흥원이나 북한을 지목한 한국방송은 이번 악성코드 헤프닝과 관련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후속조처는 내놓지 않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로 혼란스러운 때니 ‘악성코드 소동’쯤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걸까”라고 진흥원과 KBS를 비판했다.

한편, KBS는 지난 15일 <뉴스9> 후반부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 12일 KBS 9시 뉴스에서 보도한 ‘북한 IP와 연계된 악성코드’를 조사한 결과 국내의 한 보안업체가 최근 보안 교육용으로 배포한 인터넷 주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면서 “이 교육용 인터넷 주소는 회사 바깥으로 유출되면 안 되지만 교육생 중 1명이 이를 유명한 해외 보안 웹사이트에 올려놓아 국내로 흘러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약 28초 분량의 짧은 단신으로 후속보도를 했다.

하지만 KBS의 이 같은 보도태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사가 ‘오보’를 내고도 보도자료를 낸 기관의 해명을 전하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go발뉴스’는 16일 KBS에 자세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어제(15일) 9시 뉴스 말미에 단신으로 정정 보도를 하면서 (잘못된) 보도를 약간 바로 잡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