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 노조원들이 21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무 도급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에 따르면 노조원으로 구성된 ‘故 김재기 열사 유족대표단 및 투쟁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오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도급화 철회와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이윤을 극대화하는 도급화 정책으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며 “노동자들은 도급화를 반대했지만 사측은 징계를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호 타이어 사장이 어제 오후 빈소를 방문했으나 도의적인 책임만 이야기 했을 뿐 책임 있는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사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이 자리에는 숨진 김씨의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김 씨의 부인은 “남편이 죽은 지 닷새가 지나 나타난 사장은 남편이 왜 죽었는지, 회사에 책임이 있는지 조사해보겠다고 했다”며 “아빠를 잃은 아이들 앞에서 사장은 가족들을 우롱했고 연기를 했다”고 사측의 태도를 규탄했다.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은 설 연휴기간인 지난 20일 오후 고인이 모셔진 광주의 한 장례식장을 찾았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빈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6일 오후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분신 사망한 노조원 고 김재기씨가 남긴 유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

유가족과 노조원들은 김 사장의 태도에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유가족들이 “언제 상황 파악을 해서 다시 올거냐” 며 김 사장을 몰아붙이자, 그는 “월요일(23일)에 다시 오겠다”고 밝힌 뒤 서둘러 빈소를 나왔다.

유가족과 노조 측은 이번 사건이 사측의 무리한 직무 도급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의 유서에 ‘노동자 세상’이라고 언급한 점 ▶김씨가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도급화 저지에 나선 점 ▶분신 직전 노조 동료들과 도급화 반대 모임에 참석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워크아웃을 종료,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들어갔으나 결렬되면서 노조는 워크아웃 졸업 하루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 1월 우여곡절 끝에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그러나 단체교섭 타결 직전 곡성공장 노조원이 자살했고, 1개월 후인 지난 16일 노조 대의원인 김씨가 분신 사망했다.

노조는 “회사가 워크아웃이 종료된 후 도급화를 추진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도급화 철회만이 노사간 갈등의 해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사측이 김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 분신 사망 사건을 도급화와 연결 짓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 측은 “분신의 원인은 어느 하나에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족, 노조와 대화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직무 도급화에 대해서는 “경쟁업체들이 이미 도입해 생산비 절감에 활용하고 있고, 공장 생산 업무 대부분이 도급화된 상황이기에 중단하기 어렵다”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노조는 설 휴무 특근 거부를 시작으로 직무 도급화가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2일 광주와 곡성공장에 출근하는 조합원들과 선전전 집회를 진행, 23일 긴급대의원대회를 열고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