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활동가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살펴본 것으로 드러나 ‘사이버 검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사이버 긴급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일 참여연대는 검찰에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검찰에 요구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화 방침 발표를 언급한 뒤 “표현의 자유를 크게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사이버 긴급조치’ 등의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불안함을 느낀 국민들이 텔레그램 등 외국의 메신저 서비스로 대거 ‘사이버 망명’을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틀 뒤에 검찰의 발표가 나온 경위를 볼 때 이같은 발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가 실은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 '참여연대'

또한 “당사자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국민의 정부정책에 대한 견해표명을 실시간 감시 및 대응체제에 두겠다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선제 대응이야말로 국민의 명예 보호가 주목표가 아니라 정부의 입장 보호가 목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결국 국민의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을 비롯해 사적 공간까지 찾아들어가 정부비판적 표현을 명예훼손을 빌미로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며 “이는 MB 정부 때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민간사찰’을 공개적으로 재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과 검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이버 검열을 즉각 중단하라”며 “사이버 검열은 법리나 판례, 국제 기준도 무시한 시대역행적 발상이다”라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표적 ‘공적 인물’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들이 감시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17조), 통신의 비밀(18조)까지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검찰이 현행법과 판례도 무시하며 국민 인권 침해에 앞장서는 것은 검찰 스스로 독립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청와대의 들러리를 자처하는 일”이라며 “누구보다 헌법을 준수해야 할 법의 집행기관인 검찰이 대통령 비호를 위해 헌법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고,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에겐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며 “어떤 이유로든 국민의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바로 독재다. 계속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국민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박 대통령은 더욱 큰 정책 실패와 불신을 넘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