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공자가 약관(弱冠)이라 칭하며 비로소 어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한 나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 나이에 세계 제패의 꿈을 실행에 옮겼으며,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만나 서양철학의 한 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스무 살은 어떤 의미일까. 세계 정복은커녕 어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과 사회로 진출해 ‘세상은 버텨내는 것’이라는 명제를 몸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때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삶은 불안정하다. 그럴수록 이들은 이른바 ‘스펙’ 쌓기에 목을 매고, 수많은 ‘멘토’들의 “미쳐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넘쳐나는 독한 조언들과 비교하면 <스무 살을 건너는 8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정유정, 박범신, 이기호, 김별아, 박형서, 고정욱, 함정임, 김홍신 8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는 평범하다.

<7년의 밤>, <28>을 쓴 소설가 정유정은 자신의 20대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라 회고한다. 암에 거린 엄마의 병간호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20대를 고스란히 바쳐야 했다. “누구에게나 그저 시간을 버티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있어요. 저는 20대 내내 그랬어요.” 그녀는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벼랑에 세우세요. 벼랑 끝에 자기를 세우는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안전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얻어지지 않아요.”

정윤희 지음/동양북스

소설가 박범신 역시 20대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픔을 이기니까 청춘이지. 아프지 않은 청춘이 있을까? 난 더 아팠어. 아픔이 많을수록 축복받은 존재지. 고통과 불리한 조건은 훨씬 더 활용도가 높아. 힘들면 힘들수록 에너지를 가질 수가 있거든.”

청춘이 아픈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박범신은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체가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자기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한 꿈은 차라리 꾸지 말라고 한다. “의사, 변호사가 될 거다 말하지만 사실 꿈은 아냐. 그건 그냥 목표야.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가 꿈이야. 꿈은 목표를 도달해 넘어서는 비전이고 철학이야. 의사가 되는 순간 나는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해버리니까 프로포폴 놔주는 의사가 돼버리는 거야. 그건 더러운 꿈이야.”

소설가 함정임은 ‘여행’을 권한다. 그녀에게 여행은 삶의 비루함과 절박함을 벗어나는 통로다. “여행이란 건 내가 살고 있는 방에서 다른 골목으로, 또는 광장으로, 또는 어떤 먼 타국으로, 말하자면 어떤 경계를 넘어가는 거잖아요. 직접 국경을 넘어가고, 또 그러면서 언어의 국경도 넘어가고, 그렇게 하면 그 자체로 내가 커져요. 그 어떤 곳에 가도 내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움직이는 대로 그곳이 움직이는 거죠. 그게 ‘노마드’거든요.”

이어 소설가는 청춘들에 자신의 책 <파티의 기술>에 나온 문장을 들려준다. “세상을 마음껏 비웃어라.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세상을 비웃을 만한 자존심을 심장 한가운데 우뚝 세워라. 세상과 크게 불화하여라.”

함정임은 세상을 비웃는 방편으로 청춘들에게 독서를 권한다. 독서도 일종의 여행이라는 것이다. 여행에서 접하는 노마드 정신을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한국 문단을 이끌고 있는 8명의 작가들은 담담하게 풀어놓는 스무 살의 기억들을 통해
‘아프니까 청춘’ 그 다음을 이야기한다.

스펙을 위한 토익책에서 고개를 돌려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라는 것이다. 아픔을 자신의 외부가 아니라 안에서부터 치유하고 꿈을 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 역시 순탄치 않다. 심지어 ‘세상과 불화해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자칫 이들의 조언들 역시 진부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막무가내식 독설 혹은 정체모를 꿈만 강조하는 것보다 ‘어떤’ 꿈을 ‘어떻게’ 꾸어야 하는지 이야기해주는 목소리는 귀기울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