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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가게, 전단도 못 돌리고"…신촌 음식점들 속앓이1년 반 사이 일반음식점 152곳 폐업…"밤 9시면 어둑어둑"

"하루에 손님 10팀도 못 받아요. 밤 9시에는 다른 가게들이 불을 많이 꺼서 어둑어둑해집니다. 거리가 어두우면 사람이 더 오지 않으니까 불은 켜두고 버텨요."
서울 서대문구 신촌 번화가에 족발 가게를 지난달 연 김희기(44)씨는 이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은행에 대출신청을 했는데 대기자가 많아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며 "적자가 생각 이상이라 둘째 달 월세부터 밀릴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는 테이블이 20여개 있지만, 온종일 홀 손님은 10팀도 채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 넘게 지속되면서 대학가 상권이 휘청이고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러 대학이 가까이에 있어 젊은층과 외국인으로 북적거리던 신촌 일대 음식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영업 중인 가게는 863개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5개월간 업소 152개가 폐업했다. 올해 문을 닫은 곳만 따져도 무려 81곳이다.

즉석 판매제조가공업으로 등록돼 백화점 등에 입점한 매장은 같은 기간에 238곳이 폐업했다. 영업 중인 곳은 47개뿐이었다.

김씨를 비롯한 신촌 상인들은 "그저 버티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재료 준비를 하던 한 음식점주는 "배달 영업도 해야 하고, 혹시라도 손님이 올까 싶어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매달 적자"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4일 오후 8시가 지나 어둑해진 먹자골목은 두세 가게 걸러 1곳씩 간판 불이 꺼져 있었다.

손님이 아예 없는 실내 포차에서 야구 경기를 보던 박모(51)씨는 "배달을 주력으로 하는 가게도 아니어서 솔직히 답이 안 나온다"며 "영업을 그만둘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고 했다.

배달 위주로 전환한 음식점도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 고민이 많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배달 앱에 이른바 '깃발을 꽂아야' 하는데 '가까운 업소'로 앱에 노출되려면 배달 가능 지역들을 유료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12개 지역에 깃발을 꽂았는데 1곳당 월 8만8천원씩 내야 한다"며 "어떤 업소는 50개 넘게 꽂기도 하지만 그만큼 돈이 있는 사장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배달 앱 수수료 약 16%, 카드 수수료 3.3%에 라이더 배달비 3천500원 등을 빼면 족발 세트 5만원짜리 하나를 팔아 남는 돈이 1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입소문이라도 내보려고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려고 했으나 이번엔 구청이 막아섰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문의해보니 다른 지역은 허가를 받고 전단을 돌렸다며 의아해했다"면서 "이웃 마포구만 해도 막지 않는다. 돈이 안 드는 '아날로그' 홍보 방법도 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서대문구 측은 "옥외광고물법상 허가 주체는 구청"이라며 "서대문구는 도시 미관 때문에 전단 배포를 금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근 술집 주인 김모(47)씨는 "자영업자들도 세금을 내는 국민인데 보호를 못 받는 것 같다"며 "모두 힘들지만,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우리 숨통도 좀 틔워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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