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사태, 대한민국 사회복지시설 현주소”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 실태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공개되자, 장애인단체 등이 국가인권위에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 <그것이 알고싶다>는 ‘가려진 죽음-대구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 편에서 그동안 최고의 사회복지시설로 평가 받아온 대구희망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최근 2년여간 129명 사망.. “쥐가 눈 파먹은 시체도 있어”

방송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대구희망원에서 수용인원의 10%에 달하는 생활인(노숙인, 장애인 등)12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희망원 출신의 한 남성은 “(당시 희망원에서는)많이 죽는 날은 하루에 3명도 죽었고, 일주일에 다섯 명도 죽었다”며 “죽자마자 시체를 치우는 것도 아니었다. 쥐가 눈을 파먹은 것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성추행 정황도 드러났다. 대구희망원 전 부원장이 한 여성 생활인을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의 돌보미로 썼다는 것. 이 여성의 지인은 방송에서 “한 달에 4만원을 받았는데 설거지, 청소 이런 걸 다 했다”며 “그런데 (부원장 아들이)브래지어하고 팬티만 입고 목욕을 시켜 달라 이야기를 했다더라”고 말했다.

익명의 투서.. 직원들, 상습 폭행에 횡령 의혹도 제기

이뿐 만이 아니라, <그것이 알고싶다>가 입수한 익명의 투서에는 직원들의 횡령과 일상적인 폭행, 급식비리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 대구희망원에서 15년간 근무한 조정희 사회복지사는 10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사태’ 인권위 조사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원들이 생활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있으니 조사해서 엄벌 해달라”는 요구에 희망원은 수수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활인들에게 식은밥과 컵라면을 주는 날에 버젓이 (직원들이 먹을)한우 소불고기 189만원어치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구매를 했다는 자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를 촉구한다”며 이는 “단순히 희망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복지 시설의 공통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1958년 설립된 대구희망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희망원의 운영권을 넘겨받은 건 1980년으로, 독재자 전두환이 취임 직전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대구대교구 신부 2명이 참여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때문에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문제는 ‘제2의 형제복지원’ 사태라 불리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의 부랑자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납치, 강제수용, 무자유 중노동, 구타와 감금, 성폭행 등의 인권유린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