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일 합의와 후속 협의에 따라 정부 주도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오늘 10억 엔을 송금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대협 등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의 굴종 외교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3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와 ‘김태현 재단’의 해산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본정부는 범죄사실 인정, 공식사죄, 법적 배상, 진상규명, 역사교육, 위령,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이라며 “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는 12.28한일합의는 당연히 무효화되어야 하며, 합의를 전제로 한 한국 정부의 ‘대리 해결’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치유금’ 10억 엔을 받고 평화비(소녀상)를 철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일 양국 정부는 평화비를 훼손하려는 일체의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임수정 평화나비네트워크 전국대표는 “할머니들이 25년 동안 싸워온 것은 단순히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주는 배상금도 아닌 10억 엔은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이는 할머니들만의 문제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문제다. 전국의 대학생 모두 나서서 할머니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규탄 기자회견에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함께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금까지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는 대통령은 없었다. 박근혜처럼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자기 아버지가 해결 못한 것을 딸이 대통령이 됐으니까 해결 지으라고 한 것이 잘못”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기 전에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박근혜는 제대로 끝을 못 맺을 것 같으면 차라리 손을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생존자 12명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각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소송 대리를 맡은 민변 이상희 변호사는 “수십년 전에는 할머니들을 보호할 나라 없었다. 그 때는 나라가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나라가 있지 않나”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로부터 할머니들의 기본권을 확인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주관으로 조합원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1246차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조합원들이 모금한 22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 설립 추진기금으로 전달했다.

앞서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도 1천만원을 기부했고, 위안부 소녀상 제작자인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부부는 재일본조선협의회 성금을 재단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