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합의와 후속 협의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정부로부터) 위로금이라며 돈을 받는 것은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넘기는 것과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길로 나아갈 거면 차라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명예회복이 우선이다.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평생 그 자리에 앉아 있을까”라며 “자리에서 내려오면 국민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지금 저러고들 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이날 김 할머니는 “모두 해방이 됐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해방이 안됐다”며 “‘위안부’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위안부’나. 일본군의 노예가 되어, 수년 동안 끌려 다니면서 희생된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위안부’가 됩니까”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아베가 나서서 ‘할머니들 늦어서 미안합니다. 우리들이 한 짓이니까 용서해주십시오’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대부분이 한일합의에 따른 방침에 찬성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김 할머니는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김복동 할머니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할머니들은 지금 정신도 없고 모두 몸이 아프다. 그런데 가족들을 접촉해서, ‘할머니들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당장 한 푼이라도 받는 게 안 좋나’, 이렇게 말을 하는 모양”이라며 “그런데 그 가족들은 우리한테 전화를 해서 ‘이런 말을 자꾸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오는 31일 오전 10시30분 수요집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현금 지급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