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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요즘 우리나라에는 미술가들의 조용한 재능기부의 흔적이 번져가고 있다. 서울, 부산, 통영 그리고 강원도 폐광까지 낡고 허름한 동네를 페인트 몇 통에 젊은 땀을 섞어 그린 그림들로 마을을 동화처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3일이 이번에 찾은 곳도 그런 실천의 한 가닥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기존의 그림동네들과 조금 아니 많이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크게 다른 점은 작가들이 그곳에 거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네의 그림들과 조금은 다르게 삶이 더 묻어나는 느낌이다.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지만 대형마트의 위세에 전국 어디나 재래시장의 쇠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현실 속에 하나둘 비어가는 점포를 젊은 작가들이 입주해서 작업도 하고, 점포들 사이에 한 평짜리 작은 갤러리도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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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무한도전도 찾아간 적이 있는 중국의 유명한 현대미술 798예술촌이 폐공장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색적이고 좀 더 실천적이라는 부분에서 광주대인시장의 입주 예술가들을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다. 우선 시장에 점포가 비었다고 그곳에 작업실을 꾸미고, 갤러리를 연다는 발상부터가 놀랍기만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발상의 저변에는 재래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북경의 798예술촌이 작가들 본인들만을 위해 형성됐다면 광주대인시장의 예술촌은 젊은 작가들의 필요도 물론 없지 않았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재래시장 상인들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그것은 이들이 시장에 터를 잡으면서 곧바로 시작한 작업들을 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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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광주대인시장에 모인 젊은 작가들은 분명한 기획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쇠락해가는 시장의 빈점포를 이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인들과 공존하고, 또 시장 자체를 되살리는 것에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광주대인시장에서는 매달 둘째 금요일과 토요일에 야시장이 열린다. 일종의 예술품 벼룩시장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시작할 때에는 호응도 크지 않았을 것이겠지만 지금 다큐3일이 찾아간 광주대인시장의 야시장은 재래시장의 모습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실제 매출이 어떨지는 모른다. 그러나 야시장이 열리는 늦은 시각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술도 즐기고 동시에 시장 상인들이 특별히 내놓은 물건들을 사가는 모습은 일단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해지는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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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그들을 보면서 문득 북경의 798예술촌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물론 광주대인시장에 모인 젊은 작가들이 북경 예술촌 작가들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예술보다 시장을 먼저 생각해서 모인 그들이기 때문에 미술로써 더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미술로써는 798예술거리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무 상관없어 보였다. 어차피 광주대인시장이라는 재래시장에 모여든 젊은 작가들은 예술 이전에 먼저 젊은이로서 사라져가는 중요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부터 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형마트와 싸워야 하는 재래시장의 상권이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시장이 사라지면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사람의 관계가 따라서 소멸되는 것이다.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도 예술이겠지만 그것을 끝내 사라지지 않게끔 숨을 불어넣는 실천도 예술일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2천원짜리 멸치국수 메뉴판을 그려주는 한 미술가의 소박한 마음이 곧 예술일 것이다. 광주대인시장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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