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중앙일보> 기고글이 SNS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수사권-기소권 포함 특별법 제정 요구에 대해 정부‧여당이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 가운데 문 부장판사는 24일자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반박했다.

문 부장판사는 “우리 조국의 수도 한가운데서 (딸아이를 잃은) 그 아비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보아 왔다”며 “그때 무슨 여야의 구분이 있었을까. 모두가 같이 울었고 같이 분노했다. 그런데 지금 누구는 스스로 죽어가고 있고, 누구는 그 옆에 와서 빨리 죽어버리라고 저주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대립 당사자의 분쟁을 매일 보는 판사로서 어느 한쪽만 옳은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모두의 책임이 있다. 공격이 공격을 부르고, 불신이 불신을 낳다 보면 가족도 이웃도 원수가 된다”고 꼬집었다.

▲ ⓒ 중앙일보 인터넷판 캡처

그는 “재판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상호 비난을 자제하고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넉 달 전 우리 모두는 한마음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밝히자고 동의했다. 그런데 한낱 원인을 밝히는 ‘방법’에 대한 세세한 의견 차이 때문에 한 아비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규정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넉 달 전 모두가 공유했던 마음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분명히 서로 대화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모든 비본질적인 논쟁은 치우고, 한 가지 질문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칼럼 말미에 “딸아이를 그렇게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어가는 것을 무심히 같이 지켜보기만 한 후 이 사회는 더 이상 ‘사회’로서 존립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글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문유석 부장판사의 생각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