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와이 한인기독학원 책임자이자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191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 초 행적을 나타낸 사료들이 12일 민족문제연구소를 통해 공개됐다.

그간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과 친일 행적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공개된 이번 사료에는 친일 미국인 여교사를 감싸고 독립운동을 위해 모금한 성금 일부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감춰진 이면이 다수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1916년 미국 언론을 통해 자신의 학교에서 반일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다. 실제로 그는 그런 수위를 넘어서 1919년에는 친일파 백인 여교사를 학교에 데려와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고, 여교사에 반발한 학생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하기 까지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 전 대통령이 학교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청원서와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보내는 청원서 등을 통해 드러났다.

▲ ⓒ 민족문제연구소

이 여교사는 한인기독학원 학생들에게 ‘일본인들의 지배를 받아야 마땅하다, 한인은 돼지와 같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오히려 제재를 요구하는 편지(청원)을 보낸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지시했다.

이뿐 아니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당시 독립운동자금을 횡령하려고 하다가 발각된 사실도 드러났다. 미주독립운동단체인 국민회를 장악한 이 전 대통령은 1917년부터 국민회 채무를 맡으면서 재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했다.

특히 1917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소약국 동맹회’에 대표자를 파견하기 위해 국민회는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는 성금을 국민회가 아닌 개인 계좌에 입금시키며 남은 독립성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던 사실이 당시 하와이 법원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성금을 통해 모은 2천여 달려 중 소약국 동맹회에 참석에 쓰이고 남은 돈은 약 1천1백달러였는데, 국민회 대의원들이 남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1918년 2월 6일자 국민보를 통해 “모금을 요청하는 서한은 안현경과 나의 개인 이름으로 서명되어 있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결국 1918년 대의원들을 이승만이 폭동죄로 고발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오히려 모금운동이 “개인의 일이요 개인의 재정이었다”는 이승만 측의 주장과 달리 모금운동을 하면서 국민회 총의장 명의로 특별 연조를 청한 공함이 공개되면서 패소하고 성금을 반납해야 했다.

이 외에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굴한 사료에는 1913년 하와이로 건너 온 이승만이 한인사회의 도움으로 생활하며 비밀리에 토지를 매입한 사실, 하와이에 한인 학교용 부지로 쓴다며 공금으로 토지를 매입했으나 실제 해당 부지를 소유한 등기상 기록이 학교 기관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은 사실 등이 자료를 통해 나타났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12일 ‘go발뉴스’에 “이번에 공개된 사료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제시기 행적들 특히 그간 논란이 된 독립자금 유용이나 부동산 운영, 대일관 등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민족문제연구소가 추가로 발굴한 자료들은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등기서류, 계약서, 판결문 등으로 직접적인 증거자료라는 점에서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뉴라이트와 한국사학계의 논쟁을 상당 부분 끝낼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