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을 상대로 낸 고소를 검찰이 ‘각하’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각하는 무혐의나 ‘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 사유가 명백하거나 수사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 사건을 종결시키는 절차다.

<연합>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일 국정원이 지난해 1월 표 소장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혐의 고소 사건을 지난 2월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 ⓒ 페이스북(표창원)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관은 명예훼손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고한 판결이 있다”며 표 소장의 칼럼이 개인을 특정하지 않은 만큼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고소 당시 이와 같은 결과를 우려해 고소인을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인이 개인이라도 표 소장의 칼럼 자체가 개인을 특정해 비난한 것이 아닌 이상 여전히 칼럼이 지목하는 대상은 국가기관인 국정원에 불과하고 따라서 명예훼손 혐의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표 소장은 지난해 1월 <경향>에 2012년 대선 기간 벌어진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풍전등화 국정원’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국정원은 해당 칼럼에 “국정원은 위기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국정원이)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표 소장은 이에 대해 “국정원이 고소를 한 이유는 국민들을 겁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등 국정원의 ‘비판 재갈 물리기’에 대해 비난했다.

한편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09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국가와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바 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정원 명예를 아는 놈들이 몰래 숨어서 댓글질이나 하냐?”(kbs8****), “간첩 잡으랬더니 간첩만들고 정치하고 있음. 국가기관이 무슨 흥신소냐?”(phan****), “그간 국정원 행보보면 정보기관 맞나 웃음 나온다 하찮은 노트북 하나 훔치는 것도 못하고 잡히니 세계정보기관 중 국정원이 최하인 듯”(ekaq****) 등의 반응을 보이며 국정원을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