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트위터

미국이 독립 선언을 채택한 것이 영국과 전쟁을 시작한 이듬해인 1776년 7월 4일. 하지만 실제로 영국과의 전쟁이 끝난 것은 1783년이었으니, 7년간의 간난신고를 겪은 셈입니다. 미국의 건국은 프랑스 혁명에도 영향을 끼쳤고, ‘왕권 신수설’이 지배하고 있었던 유럽에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세상’의 도래를 알려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미국은 아예 군주적 권력의 출현과 독재를 막으려 실제로 삼권 분립 체제를 출범시킨 첫 역사적 사건을 일으킨 것이지요.

그렇기에 미국은 해방의 상징이었고, 신천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건국의 이면엔 어두운 면도 적지 않습니다. 원주민의 학살, 아프리카로부터의 노예 수입, 언제나 소수에게만 집중됐던 권력과 자본의 문제. 심지어 여성 참정권 부여는 미국의 각 주에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야 이뤄졌으며, 그게 인정된 것은 1920년이 되어서였습니다. 흑인들은 이에 앞서 수정헌법 15조가 통과된 1870년 참정권을 인정받았습니다. 물론 모든 흑인 남성들이 그 당시에 혜택을 보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겠지만.

▲ 이미지출처=영화 '노예 12년'화면 캡쳐

어쨌든, 미국은 태어났고, 그것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 땅을 찾아온 사람들과 그 후손에겐 축복이었을지 모르나 북아메리카 대륙엔 거대한 재앙이 됐습니다. 이곳에 백인들이 들어오고 나서, 알콜 중독과 천연두로 죽어간 원주민들의 숫자에 대한 통계들만 들여다봐도 어질어질 거릴 숫자들이니까요. 당연히 미국의 밝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미국이 이뤄낸 긍정적인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은 정말 여러가지로 이른바 ‘스탠다드’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들의 만들어 놓은 실용주의의 체제는 모든 것들을 획일화시켜 놓았다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생활 속에서 편리합니다. 사실 그런 것들이 무섭기도 합니다.

▲ 이미지출처=영화 '패트리어트'화면 캡쳐

이들이 이뤄놓은 국가는 정말 다면적입니다. 그리고 무엇이라고 딱 규정짓긴 어렵습니다. 원하기만 한다면 공립학교에서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 그러면서도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이 무서운 나라. 문제는 지금까지 이 나라가 이렇게 커 오는데 사용된 부의 원천들은 이 나라에 풍부한 자기들이 가진 것들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무력이나 정치력으로 눌러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민주적인 원칙을 세워놓고, 자기들의 바운더리 안에서는 철저하게 지키되 다른 나라는 무시할 수 있었던 그 정치력, 경제력들의 총합이 미국인 셈입니다.

이것은 미국이 두 번의 세계 대전 후에 키워 놓은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에서 기인합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서서히 기울어져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누군가의 위협이나 침략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에서 그들이 세워 놓았던 그 이념이 아닌, 그들이 원래 지녔던 근면과 평등의 이념을 한꺼번에 부정해 버린 신자유주의의 채택에서 비롯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부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을 지탱해 오던 계층, 이른바 중산층이 갑작스레 무너지면서 생겨난 국민들의 불안과 갈등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면서, 이것은 더 나아가 국가 자체의 위상에도 변화를 갖고 오게 됐습니다.

▲ 사진출처=The White House

물론 미국 안에 건강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미국이 처음에 가졌던 그 이상과 가치들을 믿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이 나라는 견딜 겁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 살면서 바라보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어느 때보다도 초라한 거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벌써 폭죽을 쏘아 올리며 독립기념일의 축제를 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 축하 폭죽은 거의 모두 중국산이란 겁니다.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결국 미국은 초라하게 늙어가는, 뱃살 늘어진 거인으로 전락할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드는, 그런 독립기념일 전날입니다.

(☞국민리포터 ‘권종상’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