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브라질 월드컵 재전송료를 둘러싸고 갈등 중인 지상파 사업자와 유료방송업 사업자에게 “방송중단시 행정제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유료방송 사업자와 지상파3사에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분쟁 관련 정부의 입장’이란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는 공문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는 공공재산인 전파를 이용하여 방송을 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사업자 또한 가입자에게 일정한 수신료를 받고 있는 만큼 차질 없이 방송을 서비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방송사업자가 사익 추구에 집중하여 방송의 기본적인 책무인 공공성을 저버린다면 관계법령에 따른 법적인 행정제재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IPTV, 위성사업자들에게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에 관한 재전송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유료방송업자들은 이미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대해 재송신료를 내고 있는데 월드컵 중계와 관련해 또 다시 재송신료를 내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며 반발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갈등이 커지자 방송계에는 방송중단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차였다.

이번 공문에 지상파 사업자들은 정부가 민간 영역인 이번 협상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협상에 개입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사실상 요청을 넘어 재전송료 협상을 중단하라는 압박이라는 것이다.

▲ ⓒ 연합뉴스

또 공문에서 “우리 국민은 최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큰 슬픔을 느꼈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 국민의 아픔을 달래줄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축제가 혹시라도 TV에서 못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세월호 참사를 언급해 월드컵 시청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정부기관이 지상파와 케이블업계 간의 분쟁에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실상의 강요이자 협박일뿐더러, 공문에 ‘축제를 즐겨라’, ‘세월호 참사를 이겨라’는 식의 내용이 포함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 문제는 민간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중립을 요구해왔는데 장관과 위원장 명의로 공문을 보낸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래부 관계자는 “월드컵 블랙아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어느 사업자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공문을 보낸 것이지 지상파방송사를 압박한 것이 아니다”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방통위 관계자 역시 “주무부처로서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이 공문을 보내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월드컵이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달래준다고요? 그래서 국정조사도 파행하는건가? 잔인한 박근혜 퇴진하라!”(@seoj***), “새누리 정권의 음흉한 속셈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kor*****), “부끄러운 것도 없이 세월호 덮겠다는 소리를 공문으로 내려보내네 이게 나라냐!”(@doto***), “세월호 잊어라 인사참극도 잊어라.. 전두환에게 배운 ‘스포츠 우민정책’ 잘 써먹네”(@sej***)등의 반응을 보였다.